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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내란 종식 구호를 외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을 끌어내렸다. 조기 대선도 내란 종식 프레임으로 치르고 있다. 국민의힘 유력 대선 경선 후보들은 모조리 '내란 동조 세력'이라며 종식할 대상이라고 한다. 장외 우량주로 평가받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선 그런 이유 등을 들어 탄핵소추안까지 통과시켰었다. 우파 진영의 단일후보로 누가 되든지 내란 종식의 대상자라고 몰아세울 게 뻔하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만에 하나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 대대적인 정치보복이 시작될 텐데 그 명분은 '내란 완전 종식'이 될 게 뻔하다. 전직 대통령 문재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조기 대선에서 이겨 우파 세력에 대해 대대적인 정치보복을 할 때와 같은 패턴이다. 문재인은 이른바 '적폐 몰이'였고, 이재명은 '내란 몰이'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만 차이가 난다. 명칭은 다르지만 '우파 궤멸'을 목표로 한다는 건 똑같다.
이재명 처지에선 집권했을 때 내란 몰이를 반드시 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이유가 있다. 자신의 사법위기를 뭉개는 데 필요한 까닭이다. 대선 때까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으면 5건의 재판이 그대로 남는다. 이를 일제히 멈춰 세우지 않으면 하나라도 자격박탈형 유죄가 확정됐을 때 그 즉시 대통령직을 잃는다. 그러면 막대한 국가적 에너지를 낭비할 조기 대선을 또 치러야 한다.
이 지점에서 첫 번째 국가적 대재앙인 '정치보복'이 예고된다. 이재명은 자신에게 적용된 8개 사건 12개 혐의가 모두 정치검찰의 조작이라고 주장해 왔다. 집권하면 '내란 세력의 정치공작에 의한 기소'라며 특별법을 만들어 자기 혐의를 털고 오히려 수사 검사 무더기 처벌을 시도할 수 있다. 이재명의 대선 공약에 '검찰청 해체'가 있는 건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검찰 청산 구호는 자연스럽게 윤석열 정부에 몸담았던 공직자들을 향해 여러 갈래로 퍼지게 된다. 이재명이 말썽투성이 공수처를 오히려 확대하겠다고 밝힌 건 우파 진영을 향한 대규모 정치보복 선언이나 다름없다.
두 번째 대재앙 역시 이재명의 재판을 멈추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극심한 사회 혼란이 예고돼 있다.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를 아전인수로 해석해서 진행 중인 재판도 중단해야 한다고 벌써 우긴다. 임기 중 불소추특권은 말 그대로 새로운 사건에 대한 기소를 못 한다는 의미라는 게 법학계의 다수설이다. 그러나 집권에 성공하면 유권 해석을 헌법재판소로 끌고 가려고 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재판관 두 명을 지명하자 강하게 반발하면서 헌재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셀프 인용하도록 판을 깔아준 것도 이 때문이다.
만일 이재명이 좌파가 장악한 헌재를 통해 셀프 면죄부를 받으려고 하면 우파 국민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광장에서 '이재명 퇴진' 구호가 울려 퍼질 게 분명하고 좌파 지지자들도 맞불 집회에 나설 것이다. 이 경우 새 정부 임기 내내 대혼란이 불가피하며 그 후유증은 그다음 정권까지 이어진다. 설사 재판이 중단된다고 치자. 그럼 5년 후 임기가 종료되면 다시 시작돼야 하는데,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하는 걸까. 지금까지 진행된 기록들이 법원 창고에 있는 사이에 재판부가 두세 번 바뀌어 버린다. 사건을 전혀 모르는 판사들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대혼란의 연속이다.
예상되는 세 번째 대재앙은 대한민국 사회의 정체성이 심각하게 흔들리는 형태로 다가올 수 있다. 윤석열 정부 때 거대 야당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 목적과 맞물리면서 입법, 예산 폭주를 자행했다. 다만 그때까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가능해서 국가재정에 큰 부담을 주거나 자유민주 체제 정체성에 맞지 않는 안건들은 되돌려 보냈다. 그러나 민주당 의석이 압도적인 상태에서 좌파 정권이 들어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제동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폭주가 이어진다.
윤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 이후 민주당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 가운데 거부권이 행사된 경우는 41건이다. 좌파 진영에선 '거부권 남용'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만큼 정치법안, 이념법안이 많았음을 방증한다. 거부권을 발동한 법안 중엔 '김건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같은 정치 법안들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러나 이재명의 민주당이 발의해서 본회의를 통과시킨 경제 관련 법안도 10여 건에 달한다. 문제는 그중에 노란봉투법, 상법개정안, 양곡관리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국가재정에 큰 부담을 주는 포퓰리즘 법안일 뿐 아니라 사회주의적인 요소가 가미되면서 국가 정체성을 흔드는 법안이 여럿 포함돼 있었다. 만일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 민주당이 발의하는 모든 법안은 제동장치 없이 그대로 제도가 되어서 국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장기적으론 재정을 고갈시키고 기업 활동도 위축시켜서 나라의 위상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좌파 진영과 일부 언론은 이번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각자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지 않고 '이재명 때리기'에만 치중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재명이 집권하면 국가 전체에 대재앙이 올 가능성이 높은데 그걸 막는 데 역량을 총집중하는 건 당연하다. 지금 같은 비상 상황에서 평상시에 하는 '정책대결' 운운하는 건 너무 한가한 소리다. 이재명이 생각하는 정책은 국가 경영이 아니라 국가 변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변혁은 기존의 국가 틀을 깨부수어서 완성하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개인의 사법위기 탈출이다. 이재명의 패가 뻔히 보이는데 그걸 못 깨부수면 우파의 미래는 없다. 이재명보다 더 절박해야 한다.
송국건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