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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기자의 문화路] 자연 소중함 일깨우는 최재은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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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4. 21. 14:33

거대한 고목 영상, 숲 회화, DMZ 프로젝트 등 선보여
"자연에 주권 찾아주고파...지금 바로 실행 옮겨야"
국제갤러리 K2 2층 최재은 개인전 자연국가 설치전경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K2 2층에서 전시 중인 최재은의 흑백 영상작품 'Flows'. /국제갤러리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K2에서는 화면 가득 거대한 고목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마주할 수 있다. 일본 후지산의 200년 된 고목 밑동을 느리게 360도 회전하며 보여주는 이 흑백 영상작품에선 거대한 시간의 흐름이 남긴 물리적 주름의 현현과 그 숭고함을 마주하게 한다. 이 명상적인 작품은 자연과 생태를 주제로 작업하는 최재은의 'Flows'다.

최재은의 개인전 '자연국가'가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그의 오랜 관심사인 '숲'을 다채롭게 해석하고 꿈꾼다. 그의 '숲으로부터' 회화 연작은 매일 숲을 산책하는 작가의 일상에서 비롯 됐다. 작가는 교토의 동네 숲을 산책하며 다양한 낙엽과 꽃잎을 주워 모은 후, 이를 재료로 물감의 안료를 만들고 캔버스에 칠했다. 분홍색과 황토색, 옅은 갈색 등으로 표현된 화면은 작가가 거닐었던 숲의 추상적 초상인 셈이다.

회화 표면에는 작가가 숲 속을 거닐며 들었던 바람소리, 새소리, 빗소리 등을 그대로 음차해 흑연으로 적었다. 예를 들어 'Sar r r r r'는 늦가을 낙엽이 '사르르' 떨어지는 소리이며, 'Hu u u u'는 숲 너머의 먼 산에서 들려오는 산울림 소리다.

최재은 작가 국제갤러리
'숲으로부터' 회화 연작 앞에서 포즈를 취한 최재은 작가. /국제갤러리
일본 교토에 거주하며 활동 중인 최재은은 생명, 시간, 자연의 순환을 주제로 한 철학적이고 생태적인 작업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1970년대 중반 일본으로 건너간 작가는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 대표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조각, 설치, 사진, 영상,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생명의 근원과 시간, 자연과 인간의 복합적인 관계를 사유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예술을 통해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꿈꾼다.

전시장에서 만난 최재은은 "자연은 인간을 원하지 않지만 인간은 자연을 원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이런 생활을 지속하려면 지구가 3개 정도 있어야 된다고 한다. 지금 바로 (생태계 보호를)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너무 늦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ukje Gallery] Jae-Eun Choi_Installation View 11
최재은의 'DMZ 프로젝트' 전시 전경. /국제갤러리
K3 전시장에서는 작가가 지난 10여 년간 진행해 온 'DMZ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최재은은 한반도 비무장지대(DMZ)의 생태 회복을 연구하면서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아 생태계가 잘 보존됐을 것으로 여겨졌지만, 알고 보니 DMZ는 남북한의 초소 인력 5000여명이 70여년간 생활하며 파괴된 곳들이 많았다. 작가는 생태계 복원을 위해 지뢰가 매설돼 접근이 쉽지 않은 DMZ에 나무 종자를 품은 직경 3∼5cm 크기의 종자 볼(seed bomb)을 드론으로 뿌리는 일에 나섰다.

전시는 관람객들이 DMZ 생태계 복원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노트북을 통해 관람객이 직접 원하는 구역에 '종자 볼 기부 약속'을 등록할 수 있다.

최재은은 "이번 전시는 제 DMZ 프로젝트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라며 "자연 생명들에게 주권을 찾아주고 싶다. 신념을 갖고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11일까지.

[국제갤러리] 최재은_숲으로부터
최재은의 '숲으로부터'. /국제갤러리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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