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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에는 총 65편의 시가 실렸다. 서문에서 저자는 "사람은 저마다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며 "나만의 언어로 나만의 시를 읽고 쓰는 일은 이 광활한 우주에 오직 자신만의 파동을 새겨 넣는 일"이라고 시를 쓰는 의미를 밝혔다.
그의 작품은 의료 현장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시인 허연은 추천사에서 "삶의 현장은 늘 위태롭다. 삶의 현장은 항상 비의(悲意)를 품고 있다"며 "이재준 시인은 삶의 비의를 포착하는데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시집에는 분만실에서 쌍둥이를 출산하던 산모가 사망하는 순간을 담은 '악몽', 심정지로 돌아가시는 환자 앞에서 무력한 의사의 모습을 묘사한 'ARREST' 등 의료 현장의 긴박함과 생사의 경계를 투명한 언어로 담아낸 작품들이 수록됐다.
이씨는 "우리는 모두 시인"이라는 관점으로, 미사여구나 불필요한 수식 없이 자신이 경험한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창작 태도를 보여준다. 또한 시인 김남주의 죽음을 다룬 작품에서는 역사적 현실에 대한 성찰도 드러낸다.
부산에서 태어나 인제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이씨는 부산 미래여성병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록 밴드 리겔의 보컬로서 '하루' 등 여러 앨범을 발매했다. '이재준 원장의 Q&A 산부인과'라는 실용서도 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