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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권 장준하기념사업회장은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상계' 출판 기념회에서 오늘날 '사상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 지성사에 큰 자취를 남긴 '사상계'가 다시 세상과 만났다. 독립운동가 출신 민주화 운동가 고(故) 장준하(1918∼1975)를 중심으로 시대 담론을 이끌다 1970년 5월을 끝으로 폐간된 지 약 55년 만이다.
재창간한 '사상계'의 발행인을 맡은 장호권 회장은 "'사상계'는 1970년 문을 닫을 때까지 각종 부정부패와 싸워가면서 치열한 생(生)을 살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무지막지한 권력에 의해 재갈이 물리고 문을 닫게 됐지만 긍지가 있었다"며 "(오늘날에도 남아있는)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사상계'가 복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사상계를 복간하려는 시도는 몇 차례 있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명예 편집인인 강대인 '배곳 바람과물' 이사장은 "장원 편집인이 찾아와 도와달라고 했을 때 사실 난색을 보였다. 잡지를 어떻게 다시 하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런 우려를 딛고 재창간호를 내는 데는 장원 편집인의 노력이 컸다. 지난해 5월부터 장호권 회장을 비롯해 각 분야 전문가를 만나 설득했고 윤순진 서울대 교수, 최재천 이화여대 명예교수 등 50여 명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했다.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20∼30대 편집위원도 포함했다.
장 편집인은 "더 늦기 전에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었다"고 말했다. "과거 '사상계'가 근대 지식인의 담론장이었다면 이제는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에 옮기는 행동과 실학의 장(場)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날 행사에는 정대철 장준하기념관 건립추진위원장, 이정하·장윤석 편집부주간, 이정옥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 임진택 명창 등 관계자 100여 명이 자리했다.
'사상계'는 올해 계간으로 펴낸 뒤, 2026년부터는 격월로 펴낼 예정이다. 서점에는 따로 판매하지 않고 정기 구독 형태로 운영한다. 재창간호를 안정적으로 펴내기 위해 기금 2억원을 모금하는 활동은 현재 85%를 달성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