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 3월 중순에서 4월 중순까지 약 한 달간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도쿄·봄·음악제(Spring Festival In Tokyo)는 도쿄 하루사이(Tokyo Harusai, 이하 도쿄 하루사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일본 최대 규모 클래식 음악 축제로 2005년 시작된 이 음악제는 올해로 21주년을 맞이했다. 벚꽃이 한창인 시기에 도쿄 우에노 공원을 중심으로 열리는 이 음악제가 한국에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때늦은 감이 있다. 필자는 도쿄 하루사이 측의 공식 초청으로 도쿄를 방문해 지난달 29~30일 양일간 공연을 관람했다.
도쿄 하루사이는 2005년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가 '도쿄에서 세계를 향해 새로운 예술 문화를 발신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도쿄 오페라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R.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엘렉트라'를 피렌체 가극장과 공동 제작, 공연하면서 시작됐다. 또한 오케스트라와 실내악을 위한 기악 음악회도 개최하며 음악제의 구성을 갖춰 출발했다. 해마다 각기 다른 음악적 테마를 가지고 지난 20년간 지속돼 왔는데, 그간의 공연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처음에 비해 오늘날은 참여 인원이나 규모가 상당히 커진 것을 알 수 있다. 공연장으로 활용되는 공간은 도쿄문화회관, 도쿄예술대학 주악당(대학 구내), 구 도쿄음악학교 주악당, 국립과학박물관, 도쿄국립박물관, 도쿄도미술관, 국립서양미술관, 우에노노모리미술관 등등 우에노 공원 안에 있거나 인접한 곳이 대부분이다.
우에노공원 벚꽃(C)KojiI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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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핀 우에노 공원 전경. (C)KojiIIda
우에노 공원은 1873년 일본 최초의 공원으로 지정된 공원으로 도쿄에서 가장 넓은 규모를 자랑한다. 메이지 유신 이후 도쿄 문화의 집적지가 된 곳이기 때문에 많은 문화예술 관련 시설이 있으며 특히 음악제가 열리는 한 달간은 벚꽃으로 명소가 된다. 이러한 우에노 공원을 중심으로 정통 공연장에서는 국내외 정상급 유명 음악가를 초빙한 연주회를 개최하고, 미술관이나 대학 음악당에서도 살롱 음악회 등을 열며, 야외에서도 부담 없이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무료 거리 음악회도 공연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봄의 도쿄를 음악으로 물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 음악제의 주최는 도쿄·봄·음악제 실행위원회이고 공동 개최는 도쿄문화회관(공익재단법인 도쿄도 역사문화재단)이며, 일본 문화청과 도쿄도, 다이토구가 후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우에노 지역 관광연맹 등 다양한 민관이 협력하여 음악제를 이끌고 있는데 특히 놀라웠던 부분은 협찬사였다. 어림잡아도 70여 개 되는 일본의 굵직한 민간기업이 협찬사 명단에 포진해 있었다. 어디든 축제의 질을 좌우하는 것이 대부분 예산인 것을 고려할 때, 막강한 협찬사들은 음악제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20년간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요인 중 하나가 된 것으로 짐작한다.
도쿄 봄 음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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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봄·음악제 포스터.
도쿄 하루사이는 공연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채우고 있다. 한 달간 연주회 형식의 오페라, 합창음악, 교향악, 실내악, 솔로 리사이틀 등등 클래식 음악의 거의 모든 공연 형태를 총망라한다. 출연자 구성도 세계 정상급 음악가를 초빙하는 연주회가 있는가 하면, 일본의 클래식 음악가들이나 음악계의 신예들이 활약할 무대를 기획하기도 한다. 오자와 세이지가 음악제의 첫 시작을 한 만큼 도쿄 하루사이에는 그동안 수많은 세계 최고의 음악가들이 다녀갔다.
그 중에서도 지휘자 마렉 야노프스키와 리카르도 무티는 현재까지도 이 음악제의 주요 출연진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마렉 야노프스키는 바그너와 독일 음악을 중심으로, 리카르도 무티는 이탈리아 오페라를 중심으로 매년 수준 높은 무대를 선보인다. 그 가운데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과 제휴한 '어린이를 위한 파르지팔' 공연과 도쿄·봄·음악제 바그너 시리즈 vol.16인 콘서트 형식의 '파르지팔'을 감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