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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선 ‘한반도 데탕트’…6·15 20주년에 김여정 군사행동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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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기자

승인 : 2020. 06. 14. 18:20

정부 '상황 엄중 인식'…심야 NSC
북한, 벼랑끝 전술로 한·미 동시압박
내부 결속용, 제재완화 요구 의도 분석도
호치민 묘소의 김여정
김여정 북한 노동당 1부부장. / 연합뉴스
6·15 남북 공동선언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1부부장의 초강경 담화 속에 20주년을 맞았다. 김 부부장이 대남 군사행동을 예고하면서 남북 평화를 기원하는 날에 북한의 총탄이 날아오지나 않을까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남북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철저한 대비태세를 견지하고 있다.

북한은 대북전단 문제를 지난 2년간의 ‘무결실’ 정상외교와도 연결시켜 대남·대미 비난과 압박을 이어갈 기세다. 북한이 한·미에 대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관심을 외부로 돌리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경제난으로 인한 위기 의식 고조에 따라 내부 기강을 다잡기 위함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협상의 파트너였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는 11월 대선 재선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미 정부 모두를 압박해 실질적인 경협 성과를 끌어 내기 위한 특유의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또 대북제재 완화와 남북 경제협력을 위해 문재인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김 부부장이 북한 내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대외 활동을 통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판단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14일 김 부부장이 전날 발표한 담화를 싣고 재외 단체들의 입을 빌려 남북 통신선 차단 등 북한의 대남 조치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부부장은 전날(13일) 밤 기습적으로 담화를 내고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며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 했다.
특히 김 부부장은 “머지않아 쓸모없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며 이미 통신선을 끊은 연락사무소의 완전 철폐와 함께 군사 행동의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김 부부장이 늦은 밤 군사 행동을 예고하자 청와대는 14일 새벽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화상회의를 개최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통일부와 국방부의 입장 표명을 통해 “현 상황을 엄중히 인식한다”고 거듭 밝히며 위기 관리에 집중했다.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이날 오전 내부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대비태세 점검과 향후 대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북전단 금지법 제정 예고, 탈북민 단체 2곳 수사 의뢰, 민간인출입통제선 출입 통제 등 연이은 대책 발표에도 북한의 압박 수위가 오히려 강해지면서 정부는 입장이 다소 난처해졌다.

이번 사태는 통상적인 대남 압박과는 무게감이 다르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 부부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북한 군부는 어떤 식으로라도 명령을 이행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도발을 감행할 경우 올해 남북협력 사업 재개 의지를 강하게 표명한 정부의 대북정책은 중대한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 부부장이 일련의 과정을 지휘하고 있는 것이 북한 권력 내에서 2인자 또는 김 위원장 후계자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말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백두혈통인 김여정의 입을 통해 최고존엄을 건드리는 것은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라며 “이와 함께 김여정은 안팎에 자신의 충성심을 보여줌으로써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우리 정부에 무언가를 요구하는 듯한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지만 대화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2년간 정상외교에 대해 한·미를 비난하고 있는 북한은 대북제재 완화 등 특별한 수확이 없는 한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를 결정하는 오는 11월까지 북한 문제를 우선 순위에서 제쳐둘 것으로 보여 돌파구 마련을 위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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