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본비율 등 낮춘다면 가격 덜 받더라도 상장 가능"
롯데지주와 합병은 '숙제
호텔롯데의 강점은 국내 면세사업자 1위인 점이 꼽힌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면세점 시장 자체의 업황은 좋아지고 경쟁이 완화되고 있어서 사업 쪽으로 두드러진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호텔롯데 상장의 걸림돌은 부진한 실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상장에 앞서 실적 개선이 먼저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도 부진한 실적이 전망되는 만큼 연내 상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우세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확정 실적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호텔롯데의 2019년 실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은 데다, 시장 분위기를 보면 1분기 장사를 제대로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상장을 서두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6년 호텔롯데가 상장을 추진할 당시 공모 예정 밴드 상단이 15조원 규모로 추정됐다. 하지만 당시 실적과 비교했을 때 지금 더 좋은 평가를 받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올해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1분기 부진이 예상되는데다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올해 실적은 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IPO 과정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야 더 많은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호텔롯데의 연내 상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호텔롯데가 지주 체제 밖에 있어서 상장이 급한 건 아니라고 보인다”면서 “상장 의지는 충분히 있지만 제값을 받지 못하면서까지 상장시킬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호텔롯데의 비교 대상은 호텔신라일 텐데 호텔신라의 주가도 올해 많이 빠진 상태”라며 “호텔롯데가 신주 발행으로 상장을 하고 현금의 유입을 통해 신규 사업 등에 활용해야 하는데 회사로 유입되는 자금이 많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호텔롯데 대표이사에서 사임한 것에 대해선 오너리스크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IPO 과정에서 흠결이 있는 경영자가 있으면 감점을 받을 수 있어 호텔롯데 대표에서 사임한 걸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배구조상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대주주라는 측면에서 오너리스크가 남아있다는 시각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미등기임원이지만 여전히 지배 대주주라는 측면에서 리스크가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상장 시점을 결정할 때 중요한 건 롯데그룹의 의지다. 일본의 자본비율을 낮추고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에 무게를 싣는다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책정에도 연내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성 교수는 “상장 시점은 롯데그룹 선택의 문제”라며 “지배구조 개편에 무게를 싣는다면 가격을 덜 받더라도 연내 상장을 추진할 수 있지만 시장에서의 가치 평가를 중시한다면 속도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롯데그룹이 상장을 밀어붙일 경우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공모에 참여하는 일반투자자들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 시점을 두고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 장기적으로는 호텔롯데의 상장 이후 롯데지주와의 합병이 남은 숙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신동빈 회장은 롯데지주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호텔롯데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호텔롯데의 상장으로 일단락되기보다는 상장 이후 지주와의 합병을 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