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지배구조 등 드러나고
'롯데 일본기업' 인식 국민에 각인
호텔롯데 상장도 4년째 표류 중
신회장 그룹 이미지 개선에 총력
롯데그룹 관계자는 2일 “지난해 말 대법원 선고로 집행유예를 받아 더 이상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기에는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계열사의 책임경영과 전문성을 보장할 것이란 신동빈 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해 가장 큰 해결 과제로 오너리스크 해제를 꼽은 이유는 뭘까.
롯데의 ‘오너리스크’ 문제가 부각된 것은 신 회장이 2015년 7월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해임시키며 ‘형제의 난’이 촉발되면서부터다. 이 과정에서 롯데는 전 국민의 관심의 대상이 됐다.
전기회로보다 더 복잡한 416개에 달하는 순환출자 구조에,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롯데의 지배구조가 드러나면서 ‘롯데는 일본기업’이란 인식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사실상 롯데그룹의 지주역할을 한 호텔롯데의 정점에는 일본 롯데홀딩스를 비롯해 일본 계열사 지분이 99%로 호텔롯데가 한국과 일본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롯데는 일본기업’이란 꼬리표는 여전히 이어져오고 있으며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과정에서 롯데가 여론의 뭇매를 받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지금껏 호텔롯데 상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중국의 사드 보복 사태도 ‘형제의 난’이 시발점이다.
2017년 2월27일 신 회장은 이사회를 열고 경북 성주군 초전면에 있는 롯데스카이힐성주CC(성주골프장)를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부지로 제공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당시 롯데는 중국에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형제의 난으로 인해 촉발된 ‘롯데는 일본기업’이란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그해 8월 대국민 사과로 순환출자 해소와 투명한 지배구조를 약속했지만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하며 면세사업권이 박탈됐다. 호텔롯데의 상장에 중요한 면세사업이 흔들리자 이듬해 4월 관세청 신규 특허 획득에 신 회장이 직접 나섰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던 순간이다.
신 회장은 면세점 특허를 받는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만든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혐의를 받았다. 2016년 12월 최순실 관련 국정조사를 위해 청문회에 나서기도 했다.
오너가 정치 사건에 휘말리며 구속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기에 손해를 감수하고도 사드 부지를 제공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신규 특허권으로 2017년 1월 재개장에 성공했지만 사드로 잃은 부분은 컸다. 면세점 실적 악화로 2016년부터 추진해오던 호텔롯데 상장은 여전히 표류 중이고, 당연히 일본과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고 ‘롯데는 일본기업’이란 꼬리표가 달려 있다.
순환출자 해소와 신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2017년 호텔롯데 상장 대신 롯데지주를 설립했지만 불완전한 지배구조는 여전하다.
호텔롯데의 최대 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은 광윤사가 28.1%, 종업원지주회가 27.8%, 임원지주회가 6%로, 신동주 전 부회장이 50%+1주로 최대 지분을 보유한 광윤사와 함께 종업원지주회의 마음만 바꾸면 얼마든지 한국롯데를 장악할 수 있는 구조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호텔롯데의 상장이 이번에도 좌절된다면 시장에서는 호텔롯데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생각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면서 “신 회장으로서는 최대한 빨리 호텔롯데의 상장을 마무리 짓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으로서는 조금의 오점도 남기고 싶지 않았을 거다. 자신으로 인해 또 한번 상장이 좌절될 수 있다는 부담감도 있었을 테다. 스스로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정도로 호텔롯데의 상장은 신 회장으로서는 간절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