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등 실적 덩달아 하락
올해 안에 상장 목표 제동걸려
4개 사업 실적 끌어올리기 위해
이봉철 등 4인 대표 역할 중요
지난해 말 대법원 판결에서 최종적으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형이 확정되면서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을 재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고, 이후 그룹 정기 임원인사와 맞물리면서 기정사실화됐다. 호텔롯데의 대표이자 호텔&서비스BU장으로 그룹의 재무업무를 총괄하던 이봉철 사장을 선임하면서다. 이 BU장은 2014년부터 재무혁신실장으로 근무하며 롯데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이끈 인물이다. 신 회장이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최측근인 이 BU장을 선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어 올 초 신 회장이 호텔롯데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자 업계에서는 호텔롯데의 연내 상장에 무게를 실었다. 상장 과정에서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호텔롯데 대표에서 내려올 만큼 상장에 대한 신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일본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화학분야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호텔 부문에서의 인수합병(M&A)도 적극 추진할 계획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호텔롯데의 실적이 개선돼 내부에서도 올해 안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호텔롯데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5조3980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8430억원)보다 11%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368억원에서 2037억원을 47% 증가했다. 사드 여파로 부진했던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올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다. 사실상 상장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평가다. 호텔롯데는 호텔·면세·월드·리조트 등 4개 사업부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면세사업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호텔롯데 매출액 중에서 면세사업부 실적이 4조4755억원으로 82.9%를 차지했다. 두 번째로 비중이 큰 호텔사업부의 매출액이 6327억원으로 11.7% 수준인 점과 비교하면 사실상 면세사업 의존도가 높은 셈이다. 업계에서도 호텔롯데가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은 없지만 상장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호텔롯데를 이끄는 4인 대표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호텔롯데는 이봉철·김현식(호텔사업부)·최홍훈(월드사업부)·이갑(면세사업부) 대표 등 4인 대표 체제로 굴러가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면세사업부를 이끌어온 이갑 대표를 제외하고 이 BU장, 김 대표, 최 대표는 올해부터 호텔롯데 대표를 맡게 됐다. 이 대표를 제외하고 3명이 새로 호텔롯데를 이끌게 돼 김 대표는 호텔사업부 해외운영본부장을, 최 대표는 월드사업부 영업본부장을 각각 역임한 바 있다. 호텔롯데의 수장이 대거 바뀐 건 실적 개선을 이끌어내라는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BU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서는 실적 개선이 기반이 돼야 하는 만큼 어떻게 실적을 끌어올릴지가 관건이다. 기업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더 많은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호텔롯데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의 실적 개선도 중요하다. 호텔롯데 상장은 단순히 한 개 기업이 상장한다고 봐서는 어렵다. 신 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롯데그룹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기 위한 첫 행보이기 때문이다. 호텔롯데가 보유한 상장 계열사를 보면 롯데지주 지분 11.1%를 포함해 롯데쇼핑(8.86%), 롯데푸드(8.91%), 롯데칠성(5.92%), 롯데제과(2.11%) 등이다. 비상장사는 롯데알미늄(38.23%), 롯데건설(43.07%), 롯데물산(31.13%) 등이다.
문제는 이들 계열사의 실적 개선세가 눈에 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롯데지주의 경우 2017년 -0.4%였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2%까지 올랐고 롯데칠성, 롯데제과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증가했다. 반면 롯데쇼핑, 롯데푸드, 롯데알미늄, 롯데건설, 롯데물산 등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낮아졌다. 이와 함께 상장사들의 주가도 내려앉았다. 지난 2017년 3월 9일 기준 6만3200원이던 롯데지주 주가는 이날 기준 2만9100원까지 빠졌고, 롯데쇼핑은 22만6500원에서 9만900원으로 하락했다. 롯데푸드 역시 60만1000원에서 31만6500원으로, 롯데제과도 17만4000원에서 13만8500원으로 각각 내려앉았다. 2018년 액면분할을 한 롯데칠성의 경우 액면분할 이후 16만5500원에서 10만8500원으로 하락했다. 실적 개선이 이뤄져야 주가 부양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롯데그룹으로서는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떼어내야 하는 것도 중요 과제다. 소비자들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업종인 만큼 부정적인 이미지는 곧 불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해야 한다.
이 상황들은 모두 호텔롯데 상장으로 귀결된다. 현재 호텔롯데의 지분을 살펴보면 일본롯데홀딩스 등이 사실상 100%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를 상장시키게 되면 일본롯데의 지분율을 희석시키는 동시에 국내 자금을 유입시킬 수 있게 된다. ‘롯데=일본기업’이라는 인식을 줄이기 위한 방안인 셈이다. 장기적으로는 호텔롯데의 상장 이후 롯데지주와의 합병 시나리오가 거론되기도 한다. 그룹의 오너인 신 회장이 보유한 호텔롯데의 지분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호텔롯데가 연내 상장 목표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상장에 나설 경우 기업가치 저평가에 따른 부작용이 신 회장의 경영 행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공모주에 투자하는 소액주주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상장 시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호텔롯데에서는 상장 시점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2016년 상장을 추진하면서 만들었던 태스크포스팀(TFT), IR팀은 지난 2018년 해체된 상태다. 우선은 실적 회복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실적이 좋지 않아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며 “현재는 상장 추진 계획을 수립하기 보다는 외부 상황을 지켜보고 진행하려고 한다. 당분간은 회복에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