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특별열차 베이징역 출발
북한, 경제 의존도 높은 중국 관개 개선 시급
중국, '빅 브러더' 위상 회복하고, 대미 '북한 카드' 활용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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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용물이었던 녹색 ‘특별열차’가 이날 오후 철통 보안 속에서 베이징에 도착하는 모습이 목격됐고, 김 위원장으로 보이는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시 주석 등 중국 최고지도부가 국가정상급 인사를 만나는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을 방문해 수시간 동안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인사가 김일성 전 주석이 방중 때 항상 사용하던 영빈관 댜오위타이(釣魚台) 18호에 머문 것으로 알려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보다 김 위원장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27일 “김 제1부부장이나·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이 방중한다면 굳이 특별열차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며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제외한 북한 고위인사가 특별열차를 이용해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도 김 위원장의 방중을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혀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이 관계자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간 관계 개선이 이뤄지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본다”고 평가했다.
방중 북한 인사와 중국 최고지도부의 회담 내용을 알려지지 않고 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이 인사가 베이징을 떠나면 중국 측이 외교채널을 통해 방문 전반에 관해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인사를 태운 북한 특별열차가 이날 오후 베이징역을 출발해 조만간 회담 내용이 알려질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밝히고 북·미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국제사회 및 중국의 대북제재와 관련해 중국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 방문을 통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확실한 우군을 확보하고 ‘김정은 궁중경제’마저 마비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만든 중국의 대북제재 완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 실장은 “김 전 국방위원장이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5월 중국을 방문해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며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시급한 북한이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북·중 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인사가 중국 정보기술(IT) 기술의 산실인 베이징 ‘중관촌(中關村)’을 방문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개혁·개방을 고민하던 김정일 전 노동당 위원장이 2011년 5월 방중 당시 방문한 곳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남북·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제기되는 ‘차이나 패싱’ 우려를 불식하고 ‘빅 브러더(Big Brother)’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북·중 관계 복원이 시급하다고 보고 이번 방문을 성사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중 무역전쟁 국면에서 미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북한 카드’를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