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차이나 패싱' 우려 불식하고, '북한 카드' 적극 활용 목적
북한, 중국 우군으로 확보하고, '궁중경제' 마비 대북제재 완화 노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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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용물이었던 녹색 ‘특별열차’가 이날 오후 철통 보안 속에서 베이징에 도착했고, 외국 정상급 인사가 중국 최고지도부를 만나는 인민대회당과 이 인사가 묵은 영빈관 댜오위타이(釣魚台) 등의 경비가 삼엄했고, 그 장소에 주중 북한대사관 차량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 인물이 김일성 전 주석이 방중 때 항상 사용하던 영빈관 댜오위타이(釣魚台) 18호에 머문 것으로 알려져 김 위원장이나 김 제1부부장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4월 남북, 5월 북·미 정상회담은 앞둔 민감한 시점이 갑자기 이뤄진 북한 최고위급의 방중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과 관여정책’과 보조를 맞추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북·중 관계가 최악의 국면을 맞이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 중국의 환대는 이례적이다.
이번 방문이 중국 측의 초청 또는 북한 측의 요청에 이뤄졌는지에 상관없이 북·중 양측이 양국 관계 복원이 현 시점에서 매우 절실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기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차이나 패싱’ 우려가 제기되는데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중국 역할론’을 강조해왔다. 이에 중국이 북·미 대화 과정과 이후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안전보장 프로세스에 적극 가담하려고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중국 외교안보 라인과 관영 매체들이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면서 북·중 관계 복원 필요성을 제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양국 관계의 획기적인 개선을 위해선 김 위원장이 고모부인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사형에 처한 후 붕괴된 북·중 ‘당 대 당’ 채널을 복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효과적이다. 양국 모두 정부와 군에 대한 ‘선당(先黨)’ 노선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도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방문한 바 있다.
중국은 아울러 미·중 무역전쟁 국면에서 미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북한 카드’를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 강경 입장을 대변하는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22일 “중국이 한반도 문제나 이란 핵 문제 등 중·미의 현안 협력에서 미국에 압력을 가하고,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미국의 반대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북한은 이번 방문을 통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우군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 체제 보장 등 국면에서 적극적 역할을 하려는 중국 측과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특히 북한은 ‘김정은 궁중경제’마저 마비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만든 대북제재 완화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원유 구입과 북한산 농산물 판매를 위해 민간 채널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아울러 이 북한 인사가 27일 오전 중국 정보기술(IT)의 산실인 베이징 첨단기술 개발구 ‘중관촌(中關村)’을 방문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중관촌은 김 위원장의 부친인 김정일 전 노동당 위원장이 2011년 5월 방중 당시 방문한 곳이기 때문이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이번 방문이 북한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는지 아니면 중국의 초청으로 성사됐는지에 따라 배경과 의도를 분석하는데 다소 차이가 날 것”이라며 “이 인사가 베이징을 떠나면 중국 측이 외교채널을 통해 방문 전반에 관해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