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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영접에서 배웅까지 문재인 대통령에 최고 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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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승인 : 2017. 06. 30. 13:53

한·미 정상 첫 만남, 네 번의 '악수 대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상견례 및 만찬에서 모두 네 번에 걸쳐 공개적으로 악수를 했다. 백악관에 도착한 문 대통령을 트럼프가 현관에서 맞으면서 악수하고 있다(위 첫 번째). 실내로 들어가 기념촬영하며 악수하던 중 트럼프 대통령이 포토세션 중 잠시 다른 곳을 보면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두 번째). 리셉션장에서 다시 만나 악수하고 있으며(세 번째) 만찬장에 앉은 다음 손을 먼저 내민 트럼프가 손이 하얗게 되도록 문 대통령의 손을 꽉 잡으며 악수하고 있다(네 번째)./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미국 동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상견례 겸 만찬에서 최고의 예우를 보여, 성공적인 한·미정상회담 개최를 예고했다.

◇文대통령과 ‘부드러운 악수’ 택한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2분, 워싱턴D.C. 백악관 남쪽현관(south portico)에서 문 대통령 내외를 영접했다. 문 대통령 내외를 태운 의전차량이 백악관 남동문으로 진입하자 미리 도열해있던 미 육·해·공·해병대·해안경비대 합동 의장대가 의장행사를 펼쳤다. 의장대 도열은 국빈 방문에 따른 의전이다. 문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은 공식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이지만 국빈방문(State Visit)급 예우를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악수 정치’로 악명높은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 탓에 국내·외 언론들은 과연 두 사람이 어떤 악수를 할 지 이목을 낳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을 깨고 문 대통령과 5초간 악수를 나누며 활짝 웃어보이는 등 ‘부드러운 악수’를 선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왼손으로 문 대통령의 어깨를 살짝 짚으며 친근감을 표시했고, 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의 팔꿈치 부분을 잡으며 화답했다.

특히 두 정상은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김정숙 여사는 쪽빛 한복에 비취색 장옷을 걸쳤다. 김 여사의 한복은 문 대통령과 결혼할 때 김 여사의 어머니가 물려준 옷감으로 만든 것으로 천연 쪽물과 홍두깨를 사용하는 전통방식으로 한국 고유의 색을 살렸다는 후문이다. 반면 멜라니아 여사는 흰색빛이 도는 살구색 계열의 원피스를 입었다.

문 대통령은 멜라니아 여사와도 가볍게 악수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이어 김 여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소개했고, 트럼프는 웃으며 김 여사와 악수를 나눴다. 김 여사는 멜라니아 여사와도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양 정상 내외는 남쪽 현관 앞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백악관 본관 내 외교접견실(Diplomatic Reception Room)로 향했다. 양 정상이 접견실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백악관을 출입하는 한 재미 한인 사진기자가 “대통령님 환영합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쳤고, 이에 문 대통령은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서 오른손을 흔들면서 “고마워요”라고 답례했다.

이를 지켜보던 트럼프 대통령은 미소를 지으며 문 대통령을 리셉션장으로 다시 안내했다.

공식만찬장(State Dining Room)으로 이동하는 동안 멜라니아 여사는 김 여사에게 “여행이 어떠셨느냐”고 물었고, 김 여사는 “아주 즐겁게 보내고 있다. 지금은 한국 시간으로 아침”이라고 별다른 통역없이 영어로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 메뉴도 한국 고유음식인 비빔밥을 선택하며 문 대통령 내외를 배려했다. 쌀밥과 고추장, 여러 가지 색깔의 나물이 어우러져 특유의 맛을 내는 비빔밥은 그 자체로 화합의 상징이라는 평가다.

◇트럼프 “나는 문 대통령 당선될 줄 알았다…장진호 연설도 매우 훌륭하고 감동적”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에 앞서 언론에 공개한 모두발언에서 “굉장히 멋진 선거였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선거결과를) 기대하지 않은 것 같은데, 나는 (문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고 문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문 대통령이 방미 도착 직후 첫 일정으로 콴티코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서 행한 연설을 거론하며 “매우 훌륭하고 감동적인 연설이었다”며 “어제 연설에 대한 칭송의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었다. 축하의 말씀 드린다”고 극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북한, 무역 및 다른 복잡한 문제 들에 대해 모두 토론할 것”이라며 “(만찬이) 진행 되면서 늦은 밤이 될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 및 대한민국 국민들을 모두 존경한다”고 강조했다.

만찬이 늦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예상대로 됐다.

두 정상은 만찬 종료 시점인 7시30분보다 20여분 늦게 만찬을 끝냈다.

◇트럼프 깜짝 제안 “백악관 3층, 내 사적 공간 둘러보시라”

만찬 후 트럼프 대통령 내외는 문 대통령 내외와 승강기를 함께 타고 1층 환송장으로 내려오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깜짝 제안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층이 내 사적인 공간인데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장소”라며 “나도 당선되기 전까지는 이런 공간이 있는지 몰랐다. 구경해보지 않겠나”라고 문 대통령에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쪽 복도에서 저기 끝까지가 나의 사적인 공간”이라며 “외부인에게는 잘 공개하지 않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전쟁 당시 링컨이 사용했던 책상이 있는 집무실과 링컨 침실을 문 대통령에게 보여주며, 직접 앉아보라고 권유했다. 또 문 대통령이 링컨이 쓰던 책상에 앉아 사진을 찍어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소개에 따라 약 12분간 백악관 3층 트리티룸을 둘러보고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제안으로 만찬 후 차량에 먼저 올라 대기하던 청와대 참모들은 영문을 몰라 뒤늦게 상황파악에 나서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文대통령 “나도 트럼프처럼 가짜뉴스로 고생”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만찬에서 문 대통령을 최고 예우로 맞은 가운데, 문 대통령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며 정상회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문 대통령은 먼저 만찬에 앞선 모두발언을 통해 “나도 가짜뉴스 때문에 고생했다”며 연일 미국 주류 언론의 공세적 기사에 시달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위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도 이 이야기를 들었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웃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연일 언론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로하는 말이지만,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특혜 채용 의혹 조작을 감행한 국민의당을 겨냥한 ‘준비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어 비공개 만찬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을 해결한다면 미국의 어느 대통령도 해결하지 못한 위대한 성과를 만드는 것이며, 대통령 또한 위대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과거에는 북한 문제가 중요하다면서도 실제 행동은 하지 않았는데 저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힘에 기반한 외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또 “북한 핵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음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해방국으로는 유일하게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라며 “한국에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이식(移植)한 나라는 미국으로, 한국의 성공은 미국의 보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있었던 경제적 성과에 대해 축하드리며, 미국의 경제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 역시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운용을 극찬하기도 했다.

윤 수석은 만찬 뒤 “양국 정상 간의 대화는 시종 솔직하고 진지하게 이뤄졌으며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현안들이 건설적으로 논의가 됐다”고 전했다. 윤 수석은 “그러나 양국 간 합의에 따라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만찬 직후 트위터 올린 트럼프, “새로운 무역협정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 직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한국 대통령과의 아주 좋은 만남을 막 끝냈다”며 “북한, 새로운 무역협정(new trade deal) 등을 포함한 많은 주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양 정상간 만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오갔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한·미 FTA가 불평등한 조약이라며 재협상 필요성을 수차례 주장해왔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만찬 후, ‘new trade deal’(새로운 무역협정) 이라고 트위터에 적은 것을 두고 한·미 FTA 재협상 문제가 논의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이에대해 “양국간 협의에 따라 구체적 대화내용은 밝힐 수 없음을 양해해달라”는 원론적 입장을 나타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생각에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인 줄 모르기 때문에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서울공항을 통해 방미길에 오르면서 이륙 후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FTA가 더더욱 호혜적인 관계로 개선되고 발전될 필요가 있다고 한다면 또 함께 협의할 문제”라며 “그 문제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미국과) 대화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양 정상은 만찬에서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사드도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언론이 예상한 다양한 주제들이 다 논의됐다”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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