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직장인이 점심 이후 강남 테헤란로에서 배송 기사들이 단말기를 두드리며 뭔가를 기다리는 모습을 봤다. 그 모습이 궁금해진 직장인은 배송기사에게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고 "(배송) 콜을 잡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는 '잘 될 수 있는 사업이 잘못 가고 있구나. 선착순으로 가면 서비스의 질이 나빠질 텐데'라고 생각했다. 곧바로 의문을 품었다. 근거리 지역 기반의 배송 서비스를 한다면 속도와 질 모두 잡을 수 있는 물류 혁신이 일어나지 않을까? 이는 국내 IT 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를 창업한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의 얘기다. 그의 관찰력과 의문으로 메쉬코리아는 출발했다.
◇ IT 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
메쉬코리아는 CU, 이마트, 신세계, 롯데마트, CJ대한통운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물류 스타트업이다. ‘물류면 배달하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리 간단하진 않다. 기자도 유 대표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며 메쉬코리아가 ‘배달하는 사람들을 IT로 다루는 물류 플랫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메쉬코리아는 공유경제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한다. 배송기사들을 여러 고객사들이 공유하는 것이다. 메쉬코리아가 만든 브랜드 부릉(VROONG)은 배송기사의 동선을 분석해 배송을 효율적으로 하도록 돕는다. 초과물량으로 서두르는 일이 없기 때문에 배송기사들의 친절도도 올라가는 것은 당연지사. 사무실에는 물류 배송 전 과정을 트레킹하는 관제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 배송, 그 이전에 배송기사를 위해
유 대표는 국내 최초로 전국 이륜차 배송망을 구축하고 이륜차 종합보험 가입 승인을 받았다고 했다. 보험기간은 1년. 배송기사들의 안전을 위한 시도였다. 제휴기사는 1만3000명 이상이다. 수당은 배송이 끝나면 바로 입금된다. 유 대표는 “수당을 받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기사들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부릉은 당시배송, 정시배송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메쉬코리아만의 동선 분석으로 고객사와 가장 가까운 배송기사를 연결해 30분 이내 배송이 가능하다. 배송료도 상품의 무게 및 부피에 따라 합리적으로 책정된다고 유 대표는 강조했다.
그럼 배송 전까지 기사들은 어디에 있을까? 메쉬코리아는 배송기사 쉼터(부릉 스테이션) 43개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기사 전문 교육도 실시한다.
끝으로 부릉은 특허출원 배달가방, 로고가 그려진 배송박스, 유니폼 등을 준비해 배송기사들에게 소속감을 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 그에게 스타트업이란
대부분의 스타트업 대표들은 자신의 기획이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다. 유 대표도 역시 그랬다. 그는 “스타트업에는 순서가 있는 것 같다”며 “일단은 버텨야 하고 줄기차게 내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면서 버티다 보면 갑자기 기회가 찾아오고 기회를 잘 잡으면 성공을 한다”고 말했다.
① 버틴다.
②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지속적으로 생각한다.
③ 갑자기 기회가 찾아온다.
④ 기회를 잘 잡는다.
⑤ 성공한다.
그렇다고 대책 없이 긍정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큰 그림에선 밝은 미래를 그려도 세세하게 비판적인 사고를 견지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이러한 문제가 있으면 (어디에서 나온) 부작용인지를 묻는다”고 말했다. “잘 되는 이유를 따라한다고 해서 잘 되지 않아요. 성공에는 정도가 없고 실패에는 정도가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대표를 만날 때마다 하는 단골 질문이 있다. “인생 굴곡에서 견디는 힘은 어디서 나오세요?” 유 대표는 “초창기엔 (아이디어를) 몰라줘서 속상했죠”라며 “아버지의 유언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아버지께서 아들의 창업 아이디어를 강하게 지지해주셨다고 한다. 냉철한 사업가에게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
사진 제공: IPR 스퀘어
사진 설명: ① 유정범 대표
② 메쉬코리아 로고
③ 메쉬코리아 브랜드 부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