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아닌 진짜 팔로워 16만명
◇ 아들은 아버지를 닮는다...이 말은 통하지 않아
◇ 공룡처럼 생겨서 디노웍스
◇ 책 판매순위 뒤집는 인플루언서들
홍대 인근 사거리에 앳된 청년이 서 있었다. "인터뷰 어떻게 하면 되는 건가요?" 호기심과 설렘으로 똘망똘망하게 쳐다보는 눈이 영락없는 청년의 모습이었다. 그는 디노웍스 대표, 박종일(28)이다.
온라인에서 판도를 잡는 사람만이 승리하는 요즘. 박 대표는 약 16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본 카드뉴스는 며칠 뒤면 출판사 페이지에 나타나기도 했다. '뭐지?' 싶어서 지인에게 물어보니 굉장히 어린 친구가 만든 회사라고 들었다. 그 비결을 물어보기 위해 지난달 27일 박 대표를 만났다.
◇가짜 아닌 진짜 팔로워 16만명
-'어웨이크(awake)', '책 끝을 접다', '17 page', 세 페이지로 운영되더라. 웬만한 언론사 페이스북 페이지보다 관리가 잘 되고 있다. 언제부터 시작한 건가?
"어웨이크는 2015년. 책 끝을 접다는 2016년이죠. 17 페이지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고요."
-팔로워가 참 많다. 주변 2030들은 디노웍스 페이지 중 하나는 알고 있더라. 사람들을 끌어모은 특별한 방법이 있었나?
"알아봐 주시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친구가 친구에게 게시물 추천하고 이런 식으로. 페이스북 광고도 물론 했어요. 하지만 콘텐츠의 완성도가 우선이고 그 다음이 광고죠."
-2년 만에 16만명을 끌어온 거다. 그리고 팔로워들이 '좋아요'나 '공유'를 많이 해 가는 걸 보면 '진짜' 팔로워 같다.
"광고에만 집중하면 진성 팔로워가 안 생겨요. 그냥 숫자만 늘어날 뿐이죠. 정말 좋아서 페이지 좋아요를 누르고 계속 찾아와주시는 분들이 꾸준히 늘어야 해요."
-진짜 팔로워가 왜 많다고 생각하나
"콘텐츠의 완성도. 그리고 진실성 때문인 것 같아요."
-완성도는 내용이나 디자인이 잘 짜여져 있다는 것으로 이해가 된다. 하지만 진실성은 뭔지 모르겠다.
"울림을 주는 이야기를 전하고 함께 나누고 싶어하는 마음이 전달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그는 인터뷰 내내 '울림'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울림을 주는 콘텐츠,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울림을 느껴서...등등. 그럼 무엇이 그를 울려서 어린 나이에 사업을 하게 된 걸까.
-25세에 사업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계기가 있었나?
"2014년이죠 그때면. 많이 아팠어요. 그래서 도서관에서 공익을 했는데 그때 책을 정말 많이 읽었어요. 그러면서 이런 좋은 내용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시작했죠."
-그럼 강연자, 강사가 되려는 생각은 없었나?
"앞에 나가서 말하는 건 제 취향이 아니었고.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거죠. 처음엔 카드뉴스는 아니었고 오디오북이었어요. 그건 잘 안됐어요. 그걸 접고 작년에 어웨이크를 시작했죠."
-좀 미안한 얘긴데, 아버지께서 사업 실패하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걸 보면서 사업보다 직장 생활을 하겠다는 생각이 안들던가. 난 주부인 어머니를 보면서 커서 꼭 직장여성이 되고 싶었다.
"아, 아버지 이야기 (웃음). 아버지는 아버지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요. 사업이 잘 되는 때도 있고 안 되는 때도 있는 거니까. 아버지가 했으니까 무서우니 하지 말자, 그런 생각은 안 들었어요."
-굳이 직장에 안 들어간 이유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어요. 울림을 전하는 일. 직장 다니는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하나 같이 똑같은 얘길 하더라고요. 회식 얘기. 야근. 상명하복식 문화. 그런 권위주의 구조에 있는 것도 싫었고. 그래서 저랑 생각이 같은 친구들끼리 창업을 생각하게 된 거죠."
-친구들이 믿고 와 주던가?
"그랬던 친구도 있고, 지금은 회사에서 나가버린 친구도 있어요. 창립멤버도 있고요. 새로 뽑은 친구들도 있고."
◇ 공룡처럼 생겨서 디노웍스
젊은 나이에 사업을 하면 초기 자본과 인맥이 부실하기 때문에 걸림돌이 많으리라 생각했다. 어렵지 않냐고 묻자 박 대표는 "여기에 에너지를 다 쏟아부어요. 일. 일에만 집중해요. 친구들과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연애도 못하고요"라고 말했다. 중간에 담배를 피우겠냐고 물을 때 비로소 그의 말이 이해가 됐다.
-창업 과정에 대해 묻겠다. 그 단계, 단계가 궁금하다.
"대학 때 먼저 창업 공모전에 나갔어요. 그리고 대학생 대상으로 강연하는 동아리를 했죠. 한 두 살 많은 선배들을 연사로 모셨어요. 이때 보람, 자신감을 느끼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생각했어요. "
-부모님께 종잣돈을 받은 건가?
"아뇨. 도움 전혀 없이 정부 지원금을 받았어요. 사업계획서를 내고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부탁에 부탁을 거듭해서 업무할 공간을 얻었어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어서 어웨이크인 건 알겠다. 책 끝을 접다, 역시 브랜드명에서 무엇을 하는 업체인지 알 것 같다. 디노웍스는 모르겠다.
"(웃음) 디노는 공룡(dinosaur)에서 왔어요. 제가 공룡처럼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기자는 끄덕였다)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는데 상호명을 생각하지 않고 갔어요. 급하게 지어야 하는데 공룡이 생각나서 디노웍스(dinoworks)라고 했어요.(실제 그의 이메일 주소도 tyranno@ 로 시작된다)"
-페이스북만 운영하나?
"아뇨. 빙글, 카카오채널도 운영하고 있어요."
-그럼 세 개의 브랜드를 여러 채널로 운영하고 있는 건데 회사 인원이 어떻게 되나?
"6명이에요. 얼마 안 된 17페이지 제외하고 대표, 운영자, 기획자 둘, 디자이너 둘 이렇게 여섯 명이요."
-단 6명이서 페이지를 운영한다니 놀랍다. 어웨이크가 2015년, 책 끝을 접다가 16년이면 2년 만에 2016만명을 끌어왔다는 건데 겨우 6명이서 한 건가?
"바빠요. 계속 일만 했어요. (실제로 인터뷰 도중 거래처로부터 전화가 두 세통 왔다)"
-아, 궁금한 게 있다. 출판사 페이스북에서도 여기 카드뉴스를 볼 수 있던데.
"그건 저희들이 보내 드리는 거에요."
-무료로요?
"네. 책 끝을 접다나 어웨이크에 올라갈 책들을 출판사에서 보내줘요. 저희가 카드뉴스를 만들어서 페이지에 올리는 걸로 수익을 얻죠. 카드뉴스는 나중에 저희가 출판사에 무료로 보내드리는 거에요."
-책 끝을 접다 로고나 디자이너 이름이 없던데.
"다 빼고 보내드리죠."
-디자이너가 싫어하지 않아요?
"잘 설득을 하는 거죠. (웃음)"
-잠깐만, 그럼 한 브랜드당 디자이너 한 명, 기획자 한 명인 거다. 두 명이면 갈등이 생길 법도 한데."
"엄청 싸워요,(만나는 동안 가장 동공이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진짜 매일 싸워요. 어쩔 수 없어요. 의견차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으니 잘 조율해 나가는 거죠."
◇ 책 판매순위 뒤집는 인플루언서들
춘천에서 일하다 서울로 올라온 지 얼마 안됐다고 들었다. 그곳보다 임대료가 비쌀 거란 생각과 함께 디노웍스의 수익이 궁금해졌다. 브랜드 하나를 더 만든(17 페이지) 것도 어느 정도 자본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어서 슬며시 화제를 돌렸다.
-수익이 좀 괜찮나?
"직원들 월급은 다 주고 있어요. 올해도 적자 안 생기게 잘 넘겼죠."
-그럼 주로 출판사로부터 수익을 얻는 건데 출판사에서 카드뉴스 만드는 걸 좋아하던가
"아직까지 싫어하는 출판사도 있어요. 저희가 카드뉴스를 만들어서 페이스북에 올리면 책 순위가 바뀌는 걸 출판사들도 목격해요. 그러면서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죠."
-책 순위가 바뀐 이유가 디노웍스 때문이라는 걸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나
"대체로 다음날 순위가 바로 바뀌어요. 바로 다음날. 팔로워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에요. 출판된 지 7년 된 책이 재판에 들어간 적도 있어요.17위인 걸 3위로 올려놓은 적도 있고요."
-그럼 출판사들이 소속 디자이너를 활용할 것 같은데.
"그런 곳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들은 스토리텔링을 전문적으로 하잖아요. 이것만 전문성 있게 하는 저희들과 차이가 있죠. 몇 개 보면 '이렇게 하면 안되는데' 싶은 곳들 있어요."
-(웃음) 어딘지 알 것 같다. 그렇게 디노웍스를 반기지 않는 출판사들의 직접적 항의는 없었나?
"사업 초창기에는 불법 복제, 이런 얘기도 들은 곳도 있었어요. 그걸로 문제가 일어난 적은 없죠. 출판사들의 허락을 받고 진행을 하니까요. 그리고 네티즌 호응도 좋고요. 아직까지 생각이 막혀있는 업체들이 있어요."
-출판사들로부터 책 의뢰를 받으면 가지고 있는 책만 엄청날 것 같다. 몇 권 있나?
"500권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나중에 도서관 되겠다.
"그래서 요즘 책을 무료로 나눠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어요. 지하철 짐 보관소에 책 몇 권을 두고 가져가시라고 했죠. 저희는 사람들이 책을 몽땅 가져갈까봐 걱정했어요. 그런데 참 사람들이 착해요. 정말 필요한 책 한 권씩 가져가시는데 어떻게 보면 귀엽다는 생각도 들고요."
-오프라인 서비스를 시작해도 될 것 같은데.
"생각 중이에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없지만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17 페이지를 활성화하는 것. 내년에도 성장하는 것."
-끝으로 팬들을 위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을 알려달라.
"배민다움, 오리지널스, zero to one."
아시아투데이= 노유선 기자, 이주영 디자이너
사진제공=박종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