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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반 전 총장의 귀국을 환영하면서도 추후 충청권 의원들의 집단 탈당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동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및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반 전 총장은 전 국민의 자랑이자 국가적 자산임을 잊지 말고, 이 엄중한 조국에서 품격과 수준이 다른 리더십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공산당만 아니면 반 전 총장을 따라갈 것”이라고 공언했던 충청권 의원들은 설 연휴 전까지는 반 전 총장의 민생 행보를 지켜보며 물밑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반 전 총장이 설 연휴 전까지 정치권과 거리 두기를 예고한 만큼 섣불리 나서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반 전 총장이 기존의 정당과 손을 잡을 경우 ‘한솥밥’을 먹게 될 확률이 가장 높은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의 정치적 비전을 요구했다. 정병국 바른정당 창당추진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실무회의에서 “반 전 총장은 (나라를 위해) 어떤 일을 하실 것인지 분명한 자기 철학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요즘 반 전 총장을 두고 불거지는 의혹에 대해서도 남김없이 해명하고 국민에게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25일 대선 출마 공식 선언을 앞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나는 아직도 그의 정체를 잘 모르겠다”며 “대선에 출마하시겠다면 보수인지, 진보인지 비전과 정책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가 안보는 정통보수의 길을 가되, 경제나 교육, 노동, 복지 등은 굉장히 개혁적인 길로 가는 것에 동의한다면 바른정당을 선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가 합류한다면 당연히 공정한 경선을 치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권은 일제히 혹독한 검증을 예고하며 견제에 나섰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지난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활동하느라 수고했다. 대한민국의 대표 외교관으로서 유엔 사무총장에 올라서 10년간 활동한 것은 국민의 자부심이기도 했다”며 반 전 총장을 추어올리면서도 “정치권에 뛰어들어 민주당의 정반대 편에 서겠다면 상대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싶다”며 검증의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선 출마는 존경받는 지도자로 남는 길이기 보다 정쟁에 뛰어들어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지 않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충고하고 싶다. 진심 어린 충고다”고 덧붙였다.
추후 대선 정국에서의 연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국민의당은 반 전 총장의 귀국을 환영하면서도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나와 국민의당은 정치인 반기문이 아닌 유엔 사무총장이었던 반기문의 귀국을 환영한다”며 “지난 10년간 세계평화와 국제협력에 헌신하고 대한민국 빛낸 반 전 총장에게 국민의당을 대표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의 차기 대표 선출이 유력한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대선후보로 활동하려면 정치적 이념 및 방향에 대해 분명히 이야기하는 게 좋다”며 “반 전 총장은 위기관리 능력과 리더십에 대해서도 검증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 의혹과 관련해 알고 있는 게 있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갖고 있다. 언젠가 전가의 보도처럼 쓸 수도 있고 묻힐 수도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박 전 원내대표는 특히 “반 전 총장은 지나치게 이명박 전 대통령 측 인사들에게 싸여 있다”며 “실패한 정권의 인사들에게 쌓여 있으면 같이 실패한 사람으로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반 전 총장이 당과 정체성이 맞으면 조건 없이 들어오는 게 좋다. 그래서 당이 영입을 추진하는 손학규 정운찬 같은 사람과 당내 안철수, 천정배 등까지 해서 5명이 세게 경선해 대선후보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러브콜’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