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박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는 13일 해체를 선언하며 외연을 확장한 새로운 모임을 추진하기로 했다. 비상시국위는 이날 국회에서 대표·실무자 연석회의를 열어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대변인격인 황영철 의원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황 의원은 ”비상시국위는 오늘 해체한다“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많은 의원이 우리 뜻에 동참하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더 많은 의원, 당원과 함께하기 위해 발전적으로 새로운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라는 ‘1차 목적’을 달성한 데 이어 당내 주류인 친박에 맞서기 위해 비박은 물론 중도성향 원내외 인사들까지 포섭해 세력을 불리려는 전략적 해체인 셈이다.
이에 친박 지도부는 당 윤리위원회에 친박 인사를 대폭 추가하며 비박과의 대결을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섰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13일 “어제 최고위에서 윤리위원 8명을 추가 임명하는 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비박에서는 이른바 ‘비박 수괴’로 지목한 김무성·유승민 의원에 대한 출당 작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당 윤리위는 이진곤 위원장과 정운천 부위원장을 비롯해 심재철 새누리당 중앙윤리위원,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손지애 전 아리랑TV 사장, 전주혜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임진석 변호사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새로 임명된 윤리위원은 친박 인사인 이우현·박대출·곽상도·이양수 의원과 원외 인사(강성호·우종철·이재모·최홍규) 4명이다. 이로서 윤리위원은 기존 인원 7명에 더해 총 15명이 됐다.
새누리 당헌에 따르면 윤리위는 위원을 15명까지 둘 수 있으며, 모두 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임명할 수 있다. 또 위원장을 포함해 위원의 3분의 2 이상은 당외 인사로 두도록 하고 있다. 윤리위는 당헌·당규상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할 수 있는 만큼 새로 임명된 8명에다가 기존 위원 중 2표만 확보하면 친박이 원하는 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또한 윤리위에서 제명 조치가 내려지면 친박 일색인 최고위에서는 이를 즉시 의결할 수도 있다.
거기에다가 새로 충원된 윤리위원들도 오는 20일 예정된 박 대통령에 대한 징계 수위 결정에 참여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들의 충원이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도 작용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