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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이상무’ 황교안 총리 APEC 참석 의미와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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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범 기자

승인 : 2016. 11. 23. 17:05

"한국을 믿는다" 정상들 발언, 외교공백 우려 해소
정상들과 보호무역 극복 논의, APEC 협력방안 4가지 제시
"한국 배워라" 페루 대통령, 페루와 대형사업 실질협력 강화
[포토] 황교안 'APEC 정상회의 마치고 귀국'
황교안 국무총리(가운데)가 22일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APEC 정상회의 참석을 마친 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귀빈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송의주 기자
황교안 국무총리가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24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틀간의 일정을 소화한 뒤 22일 귀국했다.

APEC은 한국과 미·중·일·러를 포함한 아·태지역 21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는 다자간 협의체로, 한국에서 대통령이 아닌 총리가 참석하는 것은 황 총리가 최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파문’ 등 국내 사정으로 인해 참석이 어려워졌고, 이에 황 총리가 정부조직법에 따라 대통령 권한을 대행해 이번 APEC에 참석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정상급이 모이는 국제회의에 대통령이 아닌 총리가 가는 것은 한국 외교의 공백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황 총리의 APEC 참석은 오히려 ‘대한민국 이상무’라는 이미지를 각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실제 황 총리와 만난 해외 정상들은 “한국이 겪는 어려움은 우리들도 정치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라며 “한국이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는 최순실 논란으로 한국의 국가신인도가 실추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반응이었다.
정상급 회의에서 황 총리만 소외될 것이라는 우려도 사라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APEC 정상회의 본세션에 입장하면서 황 총리에게 먼저 다가와 인사하고 악수를 나눴고, 말레이시아·태국 총리, 베트남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도 황 총리를 정상급 인사로 맞이했다.

APEC 정상회의
20일(현지시간) 페루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황교안(아랫줄 오른쪽 2번째) 국무총리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자들과 함께 1세션을 마친 뒤 전통의상을 걸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황 총리 뒤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사진 왼쪽으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리를 잡았다. /사진=국무총리실 제공
특히 페루 전통의상을 걸치고 폐막 기념촬영을 할 때, 황 총리 뒤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옆으로는 아베 총리가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한·미·일 간 굳건한 경제·안보협력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또 황 총리의 APEC 참석은 국가신인도 문제를 해소하는 것을 넘어서, 세계경제의 저성장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의 비전을 제시하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다.

미국 대선 이후 첫 주요 국제회의인 이번 APEC에서는 단연 ‘트럼프노믹스’가 주요 화두로 논의됐다. 미국의 보호무역·고립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현실화되면, 세계 경제 질서에 큰 변화가 불가피해 각국 정상은 관련 대책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황 총리는 APEC 정상회의 발언에서 ‘보후무역주의 타파와 포용적 성장’을 역설하며 보호무역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APEC의 협력방안으로 △구조개혁 △서비스산업 강화 △포용적 무역 추진 △다자무역체제 발전 및 아태지역 경제통합 등 4가지를 제시했다.

APEC 회원국들이 어떤 정책에 중점을 두고 협력해야 할지에 관해 황 총리가 제안한 내용들은 회원국들의 높은 호응을 얻으며 APEC 정상들이 채택한 ‘정상선언문’에 대폭 반영됐다. 선언문은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고 자유무역주의를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또 정상선언문은 지역경제통합을 더욱 심화시키는 방안으로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실현’을 명시했고, FTAAP 실현에 관련된 문제에 대한 전략적 공동연구와 요약보고서를 승인한 뒤 이에 대한 권고사항을 담은 ‘FTAAP에 관한 리마 선언’을 부속서로 승인했다.

FTAAP는 보호무역주의 극복을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 한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등 21개국이 참여하는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트럼프정부의 등장으로 오바마정부 당시 추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가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가운데, 황 총리는 이번 APEC에서 FTAAP 추진 가속화를 강조한 바 있다.

황교안 총리 동행기자 간담회(WESTIN HOTEL)05
APEC 참석차 페루 리마를 방문 중인 황교안 국무총리가 19일(현지시간) 동행취재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최순실 사태와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 등 현안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총리실 제공
황 총리는 또 “무역이 일자리를 없앤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무역으로 성장하는 기업들이 많다. 기술혁신에 따라 산업의 구조조정이 일어나야 하는데 이것이 지연되는 것 등에서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보호무역주의자들의 주장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아울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만난 자리에서는 “아태지역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각국 경제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개선하는 구조개혁과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금융 안전망 구축의 중요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이에 라가르드 IMF 총재는 공감을 표시했다.

특히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페루 대통령은 황 총리를 비롯해 각국 주요 인사들이 그룹별로 모여 의견을 나누는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의(ABAC)에 들어가 “보호무역에 대한 대응에 관해서는 한국에 경험이 많으니 한국의 이야기를 들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황 총리는 이와 관련해 “밖에 나와 보면 한국이 다른 나라로부터 인정받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라가 흔들리지 않으면 대외신인도가 떨어질 것이 없다”며 앞으로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국정을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나아가 황 총리의 APEC 참석은 한국 기업들이 페루 정부가 추진 중인 대형 국책사업들에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북핵 등 안보 문제에 있어서도 페루의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 냈다.

황교안 총리 페루 대통령 예방(리마 컨벤션센터)04
황교안 국무총리가 19일(현지시간) 페루 리마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대통령 집무실에서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있다. /사진=총리실 제공
황 총리는 APEC 기간 페루 대통령·제1부통령과 각각 회담을 갖고 한국-페루 간 에너지·자원·보건의료 등 분야의 실질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방산·치안·인프라 등 페루가 추진하는 대형사업들에 대해 한국 기업이 신규 진출하는 방안을 놓고 양측이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눴고, 북핵 문제에 대해 ‘페루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기원하고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을 밝히게 했다.

황 총리와 만난 쿠친스키 대통령은 방산 분야와 관련해 한국과의 기본훈련기 KT-1P 사업이 잘됐다고 평가하고 FA-50 사업도 잘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사업은 FA-50 경공격기 24대를 페루에 수출하는 프로젝트로 9억 달러(약 1조5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치안 분야에서는 한국과 진행 중인 스마트 순찰차 사업에서 성과를 거뒀다. 스마트 순찰차는 1차분 800대가 2012년 12월 공급된 데 이어 현재 2158대의 공급계약이 체결돼 있다.

쿠친스키 대통령은 지난 3일 610대가 전달될 당시 직접 배차식을 갖기도 했고, 황 총리에게 자신이 한국수출입은행 설립 당시 자문을 맡았던 점을 언급하며 한국에 대한 친근감을 먼저 표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과거 페루 친한(親韓) 정부 10여년간 진행돼 온 협력사업들이 지난 7월 출범한 신정부에서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었으나, 황 총리와 페루 대통령 간 정상급 논의를 계기로 양측의 협력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황 총리는 알베르토 비스까라 1부통령과의 면담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황 총리는 페루 수도 리마에서 진행 중인 56억 달러(약 6조6000억원) 규모의 지하철 사업을 비롯해 6억 달러(약 7000억원) 규모의 리마 상수도 사업에 대한 한국 기업 참여에 대해서도 ‘협력이 잘 되기를 기대한다’는 답변을 이끌어 냈다.

황 총리는 또 APEC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미국 뉴욕을 경유하는 짧은 시간에도 뉴욕 주재 무역·금융 관련 공공기관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미국의 금리인상과 보호무역주의 등 경제적 불확실성의 어려움 속에서도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해 달라고 격려하고 당부를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최태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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