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투표가 치러지기 전날까지 미국 주요 언론들은 클린턴이 트럼프에 1∼6%포인트 앞서며, 버지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를 비롯해 주요 경합지에서도 트럼프와의 지지율 격차를 벌리며 상승세를 탄 것으로 보도했었다. 그러나 개표가 시작되는 순간 이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트럼프는 처음 개표가 시작된 강세지역 인디애나와 켄터키는 물론이고 최대 격전지 플로리다를 포함해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에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역대로 1960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이 지역 승자가 모두 백악관의 주인이 돼 ‘대선 풍향계’로 통하는 오하이오에서도 초반부터 5% 안팎의 득표율 차로 앞서갔다.
승패의 열쇠를 쥔 이들 동부지역 경합주에서 트럼프가 우세를 보이면서 미국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개표가 10%, 20% 진행되면서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에서 클린턴이 역전하면서 대세가 바뀌는듯했으나, 또다시 트럼프가 앞서나가는 등 시시각각 순위가 바뀌는 엎치락 뒤치락의 초접전 양상이 펼쳐졌다. 역전을 거듭하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한 편의 개표 드라마를 방불케 했다.
하지만 개표 중후반으로 가면서 트럼프는 소폭의 우위를 지켜 결국 대부분 경합주에서 승리를 낚았다.
플로리다의 경우 87% 개표 시점까지 두 사람이 똑같이 48.5%의 득표율을 보였으나 이후 1%포인트 이상 벌어진 차이는 끝내 좁혀지지 않았고 트럼프는 49.1%의 득표율로 47.7%를 얻은 클린턴을 누르고 승리를 확정지었다.
트럼프는 결국 오하이오에서는 무려 약 9%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약 4%포인트의 우위로 클린턴을 눌렀으며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도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로써 트럼프는 3대 승부처로 불리는 대형 경합주-오하이오(18명), 플로리다(29명), 펜실베이니아(20명)-에서 모두 승리하며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수(270명)를 넘긴 27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또한 현재까지 288명의 선거인단을 사실상 획득했다.
클린턴은 경합주 가운데 버지니아에서 승리했으며 앞마당이나 다름없는 곳이자 55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대형주 캘리포니아에서 승리하면서 막판 추격전을 벌였지만 역부족이었다.
트럼프는 개표가 가장 늦은 알래스카에서도 마지막으로 승리를 거뒀다.
트럼프가 이처럼 대선전을 하는 데는 선거 막판에 대선판을 강타한 미 연방수사국(FBI)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가 클린턴의 발목을 잡은 데다가 숨어있던 트럼프 지지자들이 투표 당일 투표소를 찾고 그의 열성 지지층인 백인 중산층 노동자들이 막판 대결집을 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