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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전문가·공무원 등이 포함된 국민대타협기구가 지난달 8일 출범하고, 나흘 뒤에는 국회 특별위원회까지 구성됐지만 ‘핵심’은 없고 변죽만 올리는 모양새다. 왜 일까.
우선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정부안’이 없다. 대타협기구 소속 여야 정치인들은 인사혁신처에 자체적인 개혁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낼 수 없다”고 일축한다. 정부의 자체적인 개혁안은 ‘셀프개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유심히 들여다보면 이것이 인사혁신처 속내의 전부는 아니다.
인사혁신처의 깊은 고민에는 2007년 12월 정부와 10여개 공무원노조 간 맺었던 단체협약이 자리잡고 있다. 단체협약 제39조에는 ‘공무원연금제도논의기구에 조합의 참여를 보장한다’며 연금제도 개선시 노조와 공직사회의 의견을 반드시 수렴하도록 명시돼 있다.
정부로서는 ‘정부안’을 내놓기 위해 노조와 단체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는 오랜 협상과정을 거쳐야 할 뿐 아니라 노조의 반발도 이겨내야 함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정부안을 내놓기보다 여당인 새누리당 안을 통해 ‘청부입법’하는 것이 훨씬 계산이 맞아 떨어진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발생하는데 그러면 새누리당은 왜 인사혁신처에 정부안을 내놓으라고 하는지 이유다.
이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조속한 정부안’을 재촉해 공무원노조와의 단체협상이라는 논의의 틀을 뛰어넘으려는 의도가 하나 있고, 두 번째는 아직 단일안이 제출되지 않은 야당에 ‘야당안’을 내놓으라는 정치적인 압박을 가하기 위해서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10월 이미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내놓은 상태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공무원노조 편에 서서 새누리당과 정부를 비판하고, 정부안을 내놓으라고 말만 할 뿐 자신들의 개혁안은 없다.
야당안이 마련되면 새누리당 안과 본격적인 법안논의가 시작되는데 야당이 이를 꺼리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전국 약 100만명에 달하는) 공무원 편에 야당이 있다’는 레토릭(Rhetoric·정치적 수사)은 상당히 쏠쏠하기 때문이다.
결국 매번 반복되는 정치권의 시간낭비 싸움이 공무원연금 개혁논의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당초 4월까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도출하고 늦어도 5월 2일까지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던 여야 합의는 백지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허송세월하기에는 시간이 없다. 1960년 도입돼 1993년부터 적자가 발생한 공무원연금은 그 적자를 국민혈세로 메꾸고 있다. 10년 후 적자는 10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 국가 재정파탄의 주범이 될 수 있다.
공무원연금은 법 개정 사항이다. 그러므로 여당안·야당안·정부안이 마련돼 국회의 병합심사를 거쳐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입법권도 없는 대타협기구에서 목청싸움만 벌이다가 시간에 밀려 ‘졸속안’을 내놓게 된다면 그 피해는 우리보다 우리 자녀세대에 막대한 빚을 지게 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