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와 관련, 김 제1비서가 유엔(UN)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문제를 주도하는 미국의 대북 인권 공세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따라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25일 김 제1비서의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현지지도 소식을 보도하며 그가 미국을 비난한 발언들을 그대로 소개했다. 북한 공식매체의 미국 비난은 자주 있는 일이지만 최고지도자가 직접 미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 제1비서가 방문한 신천박물관은 대표적인 반미교양 시설이다. 그는 방문이유에 대해 “조성된 정세와 혁명발전의 요구에 맞게 우리 군대와 인민들 속에서 반제·반미교양, 계급교양을 더욱 강화하여 천만 군민을 반미 대결전으로 힘있게 불러일으키려고 찾아왔다”고 했다.
이어 1998년 11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이곳을 찾았던 때를 회고하고, 박물관 본관과 희생자들의 유골이 묻힌 ‘사백어머니묘’, ‘백둘어린이묘’ 등을 돌아본 뒤 “미제야말로 인간살육을 도락으로 삼는 식인종이며 살인마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강경발언은 핵문제와 인권문제로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북한 내부적으로 ‘반미’의 기치를 선명히 내걸어 체제를 결속하고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에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최근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 등 일련의 대북 인권 공세에 대해 ‘최고존엄 모독’이자 ‘체제붕괴 시도’로 간주하며 정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쳐 왔다.
또 대북 인권 공세가 북한에 자본주의 문물을 침투시키는 활동의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해 주민들의 민심 이반 현상을 막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는 지난 23일 발표한 성명에서 인권 공세에 맞서 ‘초강경 대응전’을 펼칠 것이라며 ‘첫째 가는 대상’으로 미국을 겨냥했다.
김 제1비서가 직접 미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주민들의 반미 의식 고취를 강조한 만큼 당분간 북미관계에는 찬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대미 비난 발언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권 공세에 대해 얼마나 불만을 갖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최고지도자가 직접 미국을 비난한 것은 당분간 북미관계에서 적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