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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허파’ 홍릉숲의 단풍과 주변 문화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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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원 기자

승인 : 2014. 11. 07. 10:43

윤광원의 이야기가 있는 걷기(114) - 홍릉숲길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캠퍼스는 전체적으로 말굽자석 모양으로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고 양쪽으로 길게 늘어진 모양새다. 그 가운데 부분에 안암역이 있고 개운사(開運寺), 보타사 등의 절들이 있고 귀중한 문화재들이 숨어 있다. 

 

필자는 이 절들을 둘러보고 고려대 캠퍼스를 통과, 개운산에 올랐다가 고려대역으로 내려와 공릉천을 건너 세종대왕기념관과 홍릉수목원을 둘러본 후 경희대 방향으로 넘어가는 코스를 자체 개발했다.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홍릉수목원(洪陵樹木園)이다. 

 

홍릉수목원은 서울 시내에 있는 유일한 수목원이자 국내 최초로 조성된 수목원이다  

1922년 고종의 비 명성황후의 능이 있던 청량리동 지역에 임업시험장을 설립하면서 조성됐다. 전체 면적 44이다. 

 

산림청도 여기 있다가 대전으로 옮겨갔고 현재는 국립 산림과학원(山林科學院)이 있다.

 

도심 속 허파라 할 홍릉수목원은 주말에만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단풍이 절정인 계절에 홍릉숲길을 걸어보자. 

 

지하철 6호선 안암역 2번 출구로 나온 후 뒤로 돌아 사거리에서 오른쪽 개운사길을 따라 올라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개운사 일주문이 보인다. 

 


개운사 대웅전

 조계종 직할교구 본사인 조계사의 말사인 개운사는 대형 사찰이다 



1396(태조 5) 무학(無學)대사가 동대문에서 5리 지점 안암산 기슭에 절을 창건하고 이름을 영도사(永導寺)라 했다. 1779(정조 3) 홍빈의 묘가 옆에 들어서자, 절을 동쪽으로 2마장쯤 되는 곳에 옮겨 짓고 개운사로 이름을 고쳤다.  

 

중앙승가대학교(中央僧伽大學校)도 이 절에 있다.

 

주차장 오른쪽의 즐비한 석비들이 개운사의 내력을 대변해준다. 정면 돌계단을 오르면 특이한 형태의 불상과 삼층석탑이 있고, 그 오른쪽으로 언덕길을 올라가면 웅장한 대웅전과 부속 건물들이 있다. 

 

개운사가 크고 화려한 절이라면 인근 보타사(普陀寺)는 개운사의 암자 중 하나로 작은 절이다. 그러나 이렇다 할 문화재가 없는 개운사와 달리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가 2개나 있다.  

 

개운사를 나와 골목길 네거리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올라간다. 1845년 창건된 대원암(大圓庵)이 나온다. 탄허(呑虛) 스님이 신화엄경합론역경작업을 했던 불교사에서 의미 있는 곳이다. 보타사는 대원암 왼쪽으로 더 올라가야 한다. 

 

보타사 대웅전은 아담한 건물이다. 그러나 그 대웅전 안에 있던 금동보살좌상은 올해 3월 보물 1818호로 지정됐다. 또 그 뒤에 있는 마애보살좌상은 금년 7월 보물 1828호가 됐다. 

 


보물 제 1828호로 지정된 보타사 마애보살좌상

보타사 마애불(磨崖佛)은 화강암 암벽에 조각된 고려시대 마애불상이다. 높이 5m, 4.3m의 거대한 보살상이다 



자로 파낸 천연 암벽에 돋을새김으로 조각한 모습으로, 넓은 어깨와 높은 무릎 등 당당한 신체를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흔히 보도각 백불이라 불리는 서울 홍제천 변 옥천암(玉泉庵) 마애보살좌상과 함께 고려 말 불교미술의 형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예라고 평가한다.

 

다시 개운사 옆으로 내려와 정면에 안암학사란 현판이 붙어 있는 고려대 캠퍼스로 들어간다. 

 

아스팔트 언덕길을 따라 오른다. 단풍이 물들어가는 캠퍼스 길은 아름답다. 정면에 민족문화연구원이 보인다. 고대정신을 상징하는 곳이다. 그 앞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었다. 

 

좀 더 올라가 고대 캠퍼스를 벗어난다. 건너편에 있는 산이 개운산(開運山)이다.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오른쪽에 산 오르는 길이 보인다. 테니스코트와 베드민턴클럽, 산책로가 있고 개운산 정상에는 넓은 운동장과 식당이 있다. 여기에서 보는 북한산 조망도 괜찮다. 

 

다시 고대 후문쪽으로 내려와 이번엔 고대 캠퍼스를 오른쪽으로 끼고 길을 따라 내려간다. 

 

홍릉수목원 방향으로 가려면 고대 앞 3거리에서 길을 건너 왼쪽 경희대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릉천을 건너 국방연구원과 카이스트 앞을 지나는 길 노란 은행나무 가로수가 멋지다. 

 

곧 홍릉숲 입구가 보인다. 그 옆에 홍릉 옛 터임을 알리는 돌비석이 있다.

 

1897년 을미사변(乙未事變)으로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들에게 시해당하자 조선정부는 처음 이 곳에 묘를 쓰고 홍릉이라 했다. 그러나 19192월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으로 이장, 고종황제와 함께 합장했다. 

 

수목원 경내로 들어섰다. 울창한 숲에 식재된 나무들이 모두 다른 종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주말의 홍릉숲 산책로엔 제법 사람들이 많다. 

 

홍릉숲에서 반드시 봐야 할 것은 2가지다. 그 하나가 산림과학원 건물 뒤에 있는 홍림원(洪林苑)’과 반송이다.  

 

홍릉수목원 내 홍림원 반송

1892년생인 반송은 홍릉숲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이자 가장 멋진 나무다. 전문가들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나무 중 하나로 꼽는다. 또 금강송과 한국 특산종으로 서양에서 크리스마스트리 나무로 잘 알려진 구상나무 등도 볼거리다.

 

다른 하나는 산기슭 산책로 중간에 있는 홍릉 옛 터다.  

 

산림과학관 앞을 돌아 홍릉수목원 정문을 나선다. 길 건너 세종대왕기념관도 들러야 한다. 

 

세종대왕의 능인 영릉(英陵)은 원래 부친 태종의 능인 헌릉 인근 강남구 내곡동 대모산 기슭에 있었다. 그런데 길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예종 때 지금의 경기도 여주시 왕대리로 옮겼다. 

 

이때 능만 옮기고 부속 석물들은 그대로 두었다. 이 석물들을 1974년 이 곳으로 옮겨왔다. 보물 제838호인 수표(水標)와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호인 세종대왕 신도비(神道碑), 구 영릉 석물 37점이 그것이다. 

 

옛 영릉에 있던 석물들

 1970년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건립한 세종대왕기념관에는 세종 관련 많은 문화재와 고문헌들이 전시돼 있다. 그 앞에는 대왕의 동상이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다.

 


또 국어학자 주시경(周時經) 선생의 스승 무덤과 영화진흥위원회도 여기 있다.

 

세종대왕기념관 옆에 있는 사적 제361호 영휘원(永輝園)과 숭인원(崇仁園)은 고종황제의 후비인 순헌황귀비 엄씨, 의민황태자 이은의 큰 아들 이진의 묘다. 

 

홍릉숲에서 경희대로 넘어가는 언덕길은 은행나무 가로수길이다. 노란 은행잎들이 눈부실 정도다. 경희대 입구 삼거리에서 길을 건너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전철 1호선 회기역이 나온다. 

 

  

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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