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23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했다.
손흥민은 후반 5분 알제리의 골문을 열었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중원에서 길게 넘겨준 패스를 받아 문전에서 수비를 따돌린 뒤 왼발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 골은 한국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득점이었다. 전반에만 3골을 내주고 끌려가던 한국은 손흥민의 골 이후 자신감을 되찾았다. 2-4로 패했지만 손흥민의 골이 나오지 않았으면 더 큰 점수차로 완패할 수도 있었다.
이날 손흥민은 한국의 공격을 혼자 이끌다시피 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중앙, 오른쪽을 가리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손흥민이 공을 잡으면 빠른 발로 상대를 흔들어 알제리 수비진은 진땀을 뺐다. 개인 전술에서 알제리와 대등하게 맞선 선수는 사실상 손흥민이 유일했다.
골 장면에서는 손흥민의 결정력이 돋보였다. 골대를 등지고 볼을 받은 손흥민은 알제리 골키퍼 다리 사이로 볼을 정확하게 차 넣었다. 이 골은 손흥민 자신의 개인 통산 월드컵 본선 첫 득점이자 한국의 월드컵 본선 통산 30번째 골로 기록됐다.
손흥민은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을 펼쳐 월드컵 전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골잡이로 기대를 모았다. 조별리그 상대국에는 1호 경계대상으로 꼽혔다. 18일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손흥민은 3차례 슈팅을 시도해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공격 기회를 잡았다. 위협적인 움직임 때문에 공격 포인트 없이도 맨오브더매치(MOM)에도 선정됐다.
알제리전 후 손흥민은 고개를 숙였다. 이 경기를 내주면서 한국의 16강 진출이 힘들어 졌기 때문이다. 그는 “월드컵 첫 골을 넣은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골 넣은 기쁨보다는 진 것이 더 크고 마음이 아프다”고 아쉬워했다.
손흥민은 27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한다는 각오다. 벼랑 끝에 몰린 한국 축구를 구하기 위해서다. 현재 한국은 조별리그 탈출에 실낱같은 희망만을 남기고 있다. 벨기에전 다득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기적을 바라는 한국 국민들의 시선이 손흥민의 발끝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