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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의 노인이 젊은 청년으로 돌아가는 마법 MAGIC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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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필 기자

승인 : 2013. 05. 28. 18:12

[희망100세] 세대통합 프로그램으로 지역사회 조화시켜
맞춤형 복지, 영국에서 길을 묻다 ⑧ 젊음의 마법 매직미(MAGIC ME)

요양원에 봉사활동을 나온 어린아이가 장기요양 중인 할머니와 장난감을 만들고 있다. /사진= 매직미 제공

런던(영국)/아시아투데이 김종원·이정필 기자 = 어느 사회나 세대 간 갈등은 존재한다. 기성세대는 요즘 젊은이들이 너무 예의가 없다고 나무라고, 청년들은 어르신과 대화가 아예 안 통한다고 귀를 닫아버리기 일쑤다.

고대 폼페이의 폐허에서도 ‘요새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는 글귀가 발견됐다고 하니 이런 갈등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듯하다.

하지만 조금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지금의 노인도 과거에는 기존의 틀을 거부하는 혈기왕성한 청년 시절이 있었다.

젊은이들 역시 시간이 지나면 가정을 꾸리고 세월에 다듬어져 좀 더 온화한 중장년층이 될 것이 확실하다.

인구 고령화가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인 가운데 노인의 지혜와 청년의 열정을 공유하고자 설립된 사회적 조직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타워햄릿에 위치한 매직미(MAGIC ME)를 찾았다.

매직미는 서로 다른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서 불화와 반목을 타파하고 문화적인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지역사회 공동체다.

문화예술 단체답게 여기에는 매주 화가, 작가, 음악가, 사진작가 등 예술가들이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찾아와 마을 사람들과 함께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매직미 회원과 예술가들은 젊은이와 노인이 같이 할 수 있는 주제의 프로그램을 꾸준히 만든다.

예를 들어 사진작가는 지역을 돌며 특정한 사물이나 경치를 사진으로 찍고 이를 바라보는 다양한 세대의 시각과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한다.

똑같이 해가 산에 걸려있는 사진을 보더라도 노인은 저무는 석양을, 젊은이는 떠오르는 일출을 연상하며 그 느낌을 공유한다.

매직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글로 써보고 그림으로 그려보게 하며 세대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왓알데이는 전문 연기자의 지도 아래 중장년층과 청년층이 서로의 역할을 바꾼 배역을 맡아 연극공연을 펼치면서 반대 입장의 고충을 체험하게 만든다.

와일드우먼은 ‘여성이 세상을 더 좋게 바꾼다’는 기치 아래 여성의 일생을 주제로 한 회화나 조각품을 만드는 시간을 갖고 어머니와 딸의 애틋한 사랑을 표현한다.

칵테일 프로그램은 방과 후 어린 학생들이 노인 요양원에 찾아가 함께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단순한 봉사활동이지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를 통해 노인들은 대화 상대를 얻으면서 일상의 무료함을 잊고 활력을 되찾는다.

반대로 학생들은 노인의 얘기를 경청하며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법을 배운다.

이에 지역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당하거나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는 학생, 지나치게 내성적인 학생들을 칵테일 프로그램에 참가시키면서 아이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효과를 맛보고 있다.

지역 사회에서 학부모들의 반응이 좋다 보니 노인이 직접 학교를 찾아가는 프로그램도 개설됐다.

애프터스쿨은 방과 후 교실 같은 개념으로 전문분야가 다른 노인들이 학교에서 특별했던 삶의 경험을 아이들에게 전달하며 젊은 시절을 소중히 할 것을 당부하는 자리다.

처음에는 말을 잘 듣지 않던 아이들도 미래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직업을 미리 경험한 노인의 얘기가 나오면 귀를 쫑긋 세운다고 한다.

가령 나중에 비행사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진 학생이 항공사에서 근무했던 노인의 구체적이고 생생한 설명을 들으면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매직미가 추진하는 프로그램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이를 후원하는 기관이나 단체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한국은행 격인 영국은행과 세계적 로펌인 클리포드 챈스도 후원사 중 하나다.

클리포드 챈스 소속 변호사들은 매직미와 자원봉사 협약을 맺고 정기적으로 지역 노인 회원들을 도우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 중이다.

매직미는 이런 여러 가지 세대통합 프로그램과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조화와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병원에 봉사를 나온 학생들이 몸이 아픈 할머니에게 학교에서 만든 장난감을 보여주고 있다.

<‘맞춤형 복지, 영국에서 길을 묻다’ 해외 기획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연재합니다.>


이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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