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여전히 우려…교사 업무가중, 네트워크 오류, 디지털기기 과몰입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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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교육부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이같은 'AI 디지털교과서 실물 시연'이 공개됐다. 내년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영어·수학·정보 교과목에 도입되는 AI교과서는 지난달 29일 총 76종이 최종 검정을 통과했다.
이날 공개된 시연은 A교과서의 중 1 영어와 B출판사의 초등학교 4학년 영어 교과였다. 중1 영어 AI교과는 단원별로 △말하기(Talking) △쓰기(Writing) △읽기(Reading) △듣기(Listening) △문법(Grammer) △어휘(Vocabulary) 총 6개 영역의 성취를 평가하는데, 학생이 직접 교육용 패드에 말하고, 쓰면서 피드백을 받는다. 영어 발음이 틀려도 기존에는 교사가 일일이 개별 지도를 하기가 버거웠는데, AI교과서를 통해 맞춤형으로 발음지도를 받는 것이다. 특히 학습목표에 잘 도달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형성평가를 실시하면 자동 채점이 이뤄져 교사들은 미진한 학생이 없는지 바로 확인 가능하다.
게임과 디지털기기에 익숙한 학생들을 위해 동영상과 아바타, 엑티비티 등을 활용한 콘텐츠도 제공된다. 문법이 약한 학생에겐 캐릭터들이 문법을 쉽게 설명하는 동영상과 문제풀이를 제공하는 식이다. 학습목표에 도달한 학생에게 칭찬의 의미로 '아바타 스티커'를 제공하고, 느린 학습자를 위한 게임형 엑티비티나 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설정 역시 가능하다.
교육부와 전문가들은 문제를 맞추면 한 단계 어려운 문제로, 틀리면 낮은 단계로 학습해 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것을 AI교과서의 최대 장점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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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한 초등학교 교사는 "디지털 교과서 사용을 위한 물리적 교육 환경 조성을 먼저 해야 하는데, 워낙 교육당국이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면서 디지털 인프라 구축도 제대로 안 된 상태고, 관리·유지·보수 등에 대한 명확한 계획도 미비한 상태"라며 "여기에 민원 업무까지 교사 몫이 될까 현장에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교사연수를 받으라고 지시를 하고 있어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을 둔 인천의 한 학부모 역시 "이미 사교육 교재 등으로 AI수업을 해오고 있는데, '사고의 깊이' 보다는 게임처럼 문제를 푸는 게 부적절하다는 생각"이라며 "초등학교 때는 사고력을 키웠으면 하는데 마치 '도장깨기' 하듯이 수업을 들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고영종 책임교육정책실장은 교사들의 업무 가중에 대해 "기존에는 교사가 진단 평가를 하려면 문항을 직접 만들고, 프린트하고 나눠주고, 채점까지 해서 학생의 수준을 분석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AI교과서는 이런 과정을 한 번에 해결해 주기 때문에 (시범운영을 해온) 선도학교 교사들은 시간이 굉장히 단축된다고 하신다"고 강조했다. 그는 "AI교과서를 수업에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교사연수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전국 동시 인터넷 접속 등으로 인한 네트워크 오류나 방화벽 문제, 정보유출 문제 등도 지속적으로 우려되는 문제다. 지난해에도 개통한 4세대 교육행정 정보 시스템 '나이스'(NEIS)의 먹통·오류로 현장에 큰 혼란을 겪은 바 있다. 또 수능날이던 지난달 14일에는 경기도교육청의 나이스 접속에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김도영 디지털인프라담당관은 "현재 문제들이 나타나는 것마다 즉시 수정을 해서 오늘 시연처럼 품질이 아주 괜찮고, 방화벽이나 여러 가지 네트워크 장비를 거치게 되는데 여러 가지 세팅 수치를 다 교육청에 공유해 문제가 없도록 진단하고 준비하고 있다"며 "사용자 폭주와 관련해선 100명 이상 수업을 하는 경우, 시간표 분석 등을 확인해 데이터 속도를 1기가 이상으로 증속하는 계획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담당관은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대해서도 "32자리의 암호화된 유일키로 들어가 학생의 정보를 알 수 없다"며 "정보 플랫폼에 저장된 정보와 연결됐을 때 현재 수업하는 교사만 인식할 수 있고 대시보드에도 개인정보는 다 비식별 조치로 안전하게 관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