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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이자 한글운동가, 역사학자인 정재환씨가 쓴 ‘큐우슈우 역사기행’은 큐우슈우 지역의 ‘잊어서는 안될 아픔의 현장’을 답사해 보고, 듣고, 느낀 점에 대한 진솔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정씨가 근현대기 한일 관계를 쫓기 위해 답사한 큐우슈우 지역은 츠시마, 후쿠오카, 나가사키, 카고시마, 미야자키 등이다.
츠시마에서는 백제 멸망 후 이주한 백제인들의 ‘망향의 아픔’, 일제에 압송돼 죽음을 맞은 면암 최익현, 그리고 덕혜옹주의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 등에 대한 자취를 쫓는다. 후쿠오카에서는 조선의 국모 명성황후를 시해한 칼, 요절한 천재 시인 윤동주의 이야기 등을 전한다.
동서양의 출입구로 일본 근대화를 이끈 지역으로 포장돼 있는 나가사키에서 저자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동자들의 참상을 확인하기 위해 군칸지마(軍艦島), 즉 ‘군함도’를 찾고, 조선인 피폭자들을 기억 속으로 이끌어낸다.
조선인 자살특공대의 흔적을 쫓은 카고시마, 그리고 일본 신화의 땅이자 백제왕의 전설이 있는 미야자키 지역을 답사한 이야기도 현장감 있게 전해진다.
특히 이 책은 일본의 인명이나 지명을 최대한 일본어 원음에 가깝게 표기한 것도 특징이다. 이는 한글운동가인 저자가 한글의 장점을 살리고 여행자들의 편의를 배려하기 위한 것이다. 저자가 답사한 지역의 교통, 음식, 숙박 등의 정보가 안내도와 함께 상세하게 담겨있는 것도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이다.
정씨는 “일제강점기라는 한국 역사의 암흑기를 차치하더라도 한일 간에는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역사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는 관심을 갖도록 하고,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큐우슈우 여행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 괜찮은 안내서를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