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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포커스] 30년 전 훈령으로 테러 막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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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은 기자

승인 : 2015. 11. 15. 17:47

국회에 계류된 테러방지법 3건, 상임위 논의조차 안돼
'파리 학살테러' 희생자 현재 129명
하루전 대규모 학살 테러극이 벌어진 프랑스 파리 시내 알리베르 가(街) 길옆 건물의 총탄으로 뚫린 유리창 구멍들에 14일(현지시간) 꽃송이들이 꽂혀 있다.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파리시내 6곳에서 발생한 총기·폭탄 테러 사망자가 이날 현재 모두 129명으로 집계됐다. 또 부상자는 352명이며, 이 가운데 99명은 중상이어서 희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검찰은 이번 테러에 3개 팀이 연루됐으며 총 7명의 테러범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 사진 = 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자행된 테러는 사람도 장소도 가리지 않은 ‘무차별 테러’였다. 전세계를 분노와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마구잡이 테러’에 대한민국만 안전지대일 수 없다. 이미 우리는 서울 한복판에서 주한 미국 대사가 피습당하고, 평범한 고등학생이 IS(이슬람 국가) 가입을 자처하는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여전히 1982년 대통령 훈령(訓令)으로 마련된 ‘국가대테러활동지침’이 전부다.

지난 2월 동료의원들과 함께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을 발의한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파리 테러 소식에 또다시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또다시 정말 야당에게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 의원이 발의한 테러방지법안 외에도 ‘국가대테러활동과 피해보전 등에 관한 기본법안’ ‘국가 사이버테러 방지에 관한 법안’ 등이 발의돼 있지만 ‘국가 권력의 오남용’을 우려하는 야당의 반대로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15일 본지 통화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UN에서 테러대응책을 입법권고할 정도로 테러 위험국가에 속해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대처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출국금지, 인터넷 사이트 차단, 사후조사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무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국가테러대책회의를 만들어 중앙행정기관의 대테러활동을 지휘하는 권한을 뒀고, 보좌역에 민간분야 전문가인 정보조정관을 두었다”며 “야당이 우려하는 국정원의 권력 남용을 차단하는 장치들을 단계별로 넣어두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테러방지 관련 법안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최재천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대테러방지법에서 정의하는 테러의 개념이 불명확하다”며 “초법적 감시 관리기구가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이버테러방지법에 대해서도 “사이버 국가 보안법이 될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머리를 맞대 ‘1982년 훈령 체제’를 조속히 끝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종인 고려대 교수(정보보호대학원·대통령비서실 안보특별보좌관)는 “물리적 테러든 사이버 테러든 먼저 정보를 수집해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며 “일단 여야 논의를 거쳐 법을 만들고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여야 추천 위원들로 구성된 준법감시위원회가 상시적으로 감시하면 된다”고 제안한다.

안타깝게도 파리 시민들은 강력한 테러 방지 법안이 있음에도 화(禍)를 피하지 못했다. 그 화가 30년 전 훈령에만 기대야 하는 대한민국 국민들까지 삼키지 못하도록 국회가 답을 찾아야 할 때다.
손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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