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세월호 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정부 합동분향소 앞에서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였다. /사진=김종길 기자 |
“해줄 게 많았는데 어떡할까요?"
3일 오후 경기 안산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정부 합동분향소 앞에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침묵 시위’를 벌였다.
일렬로 늘어선 30여명의 유가족들은 얼굴에 마스크를 쓴 채 두 손에 정부와 교육 당국에 진상 규명을 호소하는 피켓을 들고 다른 유가족들은 조문을 마치고 나온 추모객들에게 이에 대한 유인물을 배포했다.
이들이 든 피켓에는 ‘이 나라 이 땅에 과연 진실이란 있는 것인가?’ , ‘사랑하는 아이들의 삶을 정부는 외면했다’ , ‘피지도 못한 꽃 같은 영혼을 울리지 말아주세요’ 등 유가족들의 간절한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또 이들은 유인물에서 “사고로 아이를 잃고 경황이 없는 중에 전국민장례축제처럼 전국 분향소설치에 이런저런 햇빛대안을 내놓고 생색을 내는 사고대책본부 및 관할정부들의 행태에 엄청난 사기극을 보는 것 같다”라고 적어 정부 및 관계당국을 향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사고 첫날부터 구조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고 회의만, 브리핑만 하고 사진만 찍어대는 이 정부를 저희는 믿고 기다렸다, 현장에서 부모들이 두 눈 뜨고 보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안 했다”며 “사고 진상 규명을 해달라, 믿을 수 있는 분들의 특검을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조문을 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던 추모객들은 이들이 든 피켓의 내용과 유인물을 읽고 눈물을 훔쳤고 조문을 마치고 나온 추모객들 역시 이들 앞에 고개 숙여 인사하거나 이들의 손을 꼭 잡아줬다.
조문을 마친 한 할머니는 희생자의 형제로 보이는 학생의 머리를 연신 쓰다듬으면서 두 손을 꼭 잡아주었고 한 학생은 “조문을 오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죄송합니다”라고 소리치며 유가족을 향해 고개 숙였다.
오후 1시50분 시위를 하던 유가족과 자원봉사자 간의 작은 마찰이 빚어졌다. 본의 아니게 자원봉사자들이 추모객들을 안내하는 동선이 유가족들의 시위를 전혀 보지 못하는 방향이 돼면서 유가족 측에서 항의를 한 것이다.
이내 유가족들은 추모객들이 대기하는 줄 옆으로 늘어서 분향소 안으로 입장하는 추모객들을 대상으로 호소하기 시작했다.
침묵 시위를 하는 유가족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던 이정애씨(여·39·경기 오산)는 “자식을 가슴에 묻은 사람의 마음은 평생을 간다”며 “저도 자식 하나를 가슴에 묻어서 그 마음이 어떤지 알기에 고개 숙여 유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