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고등학생 많이 뽑아 지방 의대 배정 많이 해야 지역에 많이 남아"
"의대 커리큘럼부터 지역 마인드 심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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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전국 226개 시군구 중 1시간 내 응급처치를 받을 수 없는 응급의료 취약지는 98곳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전남 17곳, 경북 16곳, 강원 15곳 등 수도권에서 멀어질 수록 취약지가 많다. 지역간 의사수 편차도 크다. 인구 1000명당 의사수(2022년 기준)를 보면 서울 의사는 3.47명으로 세종 1.29명의 2.7배에 이른다.
지역의료 인프라 문제는 병원시설 등 하드웨어 부문도 있지만, 필수의료 분야 의사 수와 이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지역별·전공과목별 전공의 지원현황을 살펴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흉부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산부인과·외과 등의 비인기 필수과목의 비수도권 지원율은 2014년 71.8%에서 26.3%p 하락해 2023년 45.5%로 낮아졌다. 반면 수도권은 91%에서 71.2%로 19.8%p 감소했다. 소아청년과의 경우 2014년 119%에 이르던 수도권 지원율은 2023년 36%로 83%p 하락했으며, 비수도권은 100%에서 5.6%로 94.4%p 빠졌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지역의료의 붕괴와 필수의료 의사 부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의사가 늘어나도 해당 분야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강제할 방안 없기 때문에 결국 의사 수 자체를 일정 규모로 늘려야만 이들 중 일부가 필수·지역의료로 유입될 것"이라며 "의료 제도가 40~50년간 누적돼온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정책 하나로 바뀔 수는 없고 전체적으로 조금씩 바뀌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지역의료 문제를 장기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의대 정원 증원"이라며 "지역 출신의 고등학생을 많이 뽑아 지방 의대에 배정을 많이 해야 지역에 많이 남는다. 지금 정책이 맞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의대 정원 증원과 함께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공공의료 등을 살릴 수 있는 패키지 정책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지역 의대에 입학할 때부터 등록금하고 전체 학비를 다 주고 인턴 레지던트까지 포함해 10년 정도를 지역의 의료기관에 복무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며 "의대 정원 증원과 함께 법적 제도가 함께 병행돼야 실질적으로 늘어난 의사들이 지역의료·공공의료·필수의료에 종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 통과 없이 의대 정원만 늘면 그 의사들이 돈 되는 진료과 비필수 진료과인 피부·미용·성형으로 몰려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사들의 지역 정착에 대해선 "의대의 커리큘럼부터 지역 마인드를 심어줘야 한다"며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지키는 사명감을 학교 때부터 길러주는 교과과정을 촘촘하게 준비한다면 일부라도 공공 마인드를 가지는 의사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