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메카’ 도약 용인시… 20년 뒤 ‘용인 반도체르네상스’ 시대

기사승인 2024. 03. 2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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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치열한 속도전
국가적 과업을 수행하는 차원에서 필요한 자원활용의 문제 또한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반도체 경쟁력을 갖출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시대의 ‘소명’.
용인특례시 L자형벨트 조감도
용인특례시 L자형벨트 조감도/용인시
용인특례시가 세계적 반도체 중심도시를 꿈꾸고 있다.

현재 구상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마무리되는 2042년에는 이 꿈이 실현될 것이라는 게 용인시의 바람이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용인 반도체르네상스' 구호가 국가적 명운을 건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대행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올해 1월 삼성전자가 앞으로 20년간 360조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용인에 구축한다고 밝힌 건 2023년 3월 발표한 300조 원 투자 계획보다 더 과감한 결단을 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용인 원삼면에 120조 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두 기업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가동되게 되면 용인의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경제의 미래가 걸린 일로 용인시 처인구의 천지개벽이라고 할 수 있다

◇'반도체도시' 용인시의 잠재성을 높이본 삼성-SK
삼성전자는 용인 이동-남사읍(226만 평)에 2042년까지 반도체 공장(팹) 6개를 짓는다. 이곳에는 소재-부품-장비 200여 기업과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 등이 들어온다. 직간접경제효과가 900조 원으로 예측되며 고용 유발 효과는 200여만 명 선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4개의 팹과 50여 개의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들어서서 유치해 3만 10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란 예상이다.5000여 명의 인구 유입과 513조 원의 생산효과, 188조 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 기업들은 왜, 그들에게도 명운이 걸린 선택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부지로 용인시를 택했을까. 이 도시가 '반도체 수도(首都)'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용인은 2016년 8월 지자체 인구가 100만 명을 넘긴 특례시다. 면적은 591㎢로 수원이나 성남보다 4~5배 넓어서 대형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데 최적이라는 평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존 반도체 클러스터가 용인시와 용인시 주변에 배치되어 있다는 점도 의미있다. 경부고속도로와 인천국제공항과도 가까운 편이다.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인력들이 서울-분당-판교에 몰려있는 점도 활용할 만한 호재다.

삼성전자는 기흥-화성-평택에 반도체 캠퍼스가 있고 SK하이닉스는 이천에 사업장이 있다. 이들과 용인 시스템반도체가 합쳐지면 삼성의 반도체 설계-제조-후공정 등의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대만 반도체도시 신주시와 TSMC 사례를 보면
용인시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관계를 대만 신주시와 TSMC의 관계로 읽는 이도 있다. 대만은 1980년 175만 평 신주 반도체 중심 산업단지를 조성했다. 신주과학단지에는 600개 이상의 제조업체가 입주했고 16만 명이 근무하고 있다. 세계최대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회사) 기업 TSMC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의지와 기업의 적극 투자가 있었다.

용인시 또한 그런 반도체르네상스의 핵심이 되는 기점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 인텔 CEO 팻 겔싱어는 "지난 50년간 세계경제는 석유패권에 의해 요동쳤다"면서 "향후 50년은 반도체 패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경우 반도체 생산이 한국과 중국, 대만에 집중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지니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제조능력은 1990년대에 37%였지만 현재는 12%에 불과하다.

이런 세계적인 흐름을 보면 반도체 공급망을 갖춘 한국의 생산지역 중에서 핵심지역이 용인시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용인시에 반도체 국가산단을 지정한 것은 본질적으로는 국가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다. 반도체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의 척도가 되고 있는 시대다. 삼성전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초미세 공정을 적용한다. 반도체 칩회로 선폭 기준은 나노미터 단위로 분류하는데 5나노 이하 기술을 초미세 공정이라고 부른다.

◇용인에선 AI반도체에서 팹리스까지
삼성전자는 2022년 하반기에 3나노급 비메모리 반도체 양산에 성공했다. 3나노 공정의 경우 현재의 반도체 제조공정 중에서 가장 앞선 기술이었다. 2나노는 아직 세상에 등장하지 않은 미래 차세대 기술에 해당한다.

이를 위해 삼성은 2019년 133조 원 투자를 밝혔는데 4년 뒤인 2023년엔 300조 원, 2024년엔 360조 원으로 투자액을 늘렸으니 그 의욕과 의지의 크기를 읽을 수 있다.이 어마어마한 비용은 다른 경쟁 국가의 투자를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미국은 반도체 지원법으로 2000억 달러(262조 원) 민간투자를 유치했고, 중국은 반도체굴기로 57조 원 규모의 국가집적회로 산업투자펀드를 설립했다. 2022년 중국은 미국 반도체 견제에 맞서기 위해 5년간 자국 반도체산업을 키우는 보조금으로 190조 원 규모의 계획을 내놓았다. 360조 원은 이런 경쟁 속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투자전쟁의 '자금'이라고 할 수 있다.

용인에 조성될 삼성전자의 반도체 국가산단이 내놓을 품목은 무엇일까. 단순 메모리 반도체만으로는 생존 불가능이다.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HBM), 일명 'AI반도체'라고 불리는 제품이 그 하나다. 챗GPT가 일상에 들어오는 시대에 AI반도체는 가장 주목받는 제품이다. 그래픽 연산을 하는 AI기술인 GPU는 암호화폐 채굴사건으로 유명해졌다.

복잡한 연산을 쾌속으로 처리하는 GPU는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다. GPU에 들어가는 것이 HBM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HBM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3를 양산할 채비를 갖추고 이 제품에 스노우볼트라는 상표권까지 출원했다. 그러나 이건 기반을 갖추는 것일 뿐이다.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성공시키려면 '팹리스(Fabless, 제조공장이 없는 반도체 설계기업)'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시스템 반도체를 만들어야 한다.

◇치열한 속도전 반도체 산업, 타이밍 선점이 '소명'
목표가 아무리 창대해도 치열한 경쟁이 있는 상황에서 사업의 추진속도가 여의치 못하면 주도권을 잡기 어렵다. 국가가 팔 걷고 나서서 용인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부지 조성기간을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기로 한 것은 미국이나 유럽과 일본이 모두 팔을 걷은 반도체생산기지 가동 경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23년 11월 정부는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중에서 첫 번째로 용인 국가산단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결정했다. 삼성전자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가동을 위해서는 2030년~2036년 초기 수요 3GW의 전력이 우선 필요하고 2037년 이후에는 7GW이상의 전력이 필요하다. 또 공업용수도 2031년 가동을 위해서 하루 6.1만 톤을 시작으로 최대 하루 76만 톤 이상이 필요하다.

반도체는 치열한 속도전이다. 국가적 과업을 수행하는 차원에서 필요한 자원활용의 문제 또한 전향적으로 검토되어 경쟁력을 갖출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시대의 '소명'이다.

◇'직(職)-주(住)-락(樂)'의 자족도시로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는 최고 인재들이 활약하는 곳이다. 사람 그 자체가 말 그대로 최고의 자산이다. 교육, 환경, 문화, 치안, 교통 같은 초일류 인프라가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이상일 시장이 작년 11월 국토교통부와 협의 끝에 유치한 이동읍 반도체특화신도시(69만평)은 '직(職, 직무)-주(住, 주거)-락(樂, 놀이)'이 어우러진 인재가 쾌적하게 삶을 영위하는 곳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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