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라거 맥주 시장에서 발포주의 시장 점유율은 2017년 2% 수준에서 2020년 6%까지 성장한 이후 2021년 7%로 진입했다. 지난해는 7~8%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약 3500억~4000억원 규모를 형성했을 것으로 관측한다.
발포주는 맥아 함량이 10% 이하면서 맥주와 비슷한 맛을 내는 주류를 말한다. 통상 60~70% 이상 맥아 함량을 갖고 있는 일반 맥주와 달리 '기타 주류'로 분류돼 세금이 낮게 책정된다. 일반 맥주는 72%의 주세, 기타 주류는 30%의 주세를 적용받는다. 이에 발포주는 보통 맥주보다 약 40%가량 싼 가격에 판매된다.
하지만 최근 몇년 동안은 발포주 시장의 성장세가 정체 중이다. 2020년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만 하더라도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문화의 확산으로 집에서 값싸게 즐길 수 있던 발포주가 각광받았지만 이후 엔데믹으로 외식사업이 부활하면서 편의점, 마트 등 유통 채널을 통해 주로 판매되는 발포주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든 상황이다.
위축된 발포주 시장이 맥줏값 인상으로 다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과거 일본의 경우 경기 침체 상황 속 발포주 판매가 급증하면서 기타 주류 판매율이 전체 주류 대비 50%까지 성장한 바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달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다. 하이트진로도 지난 9일 맥주 브랜드 테라, 켈리 등의 출고가를 평균 6.8% 올렸다. 이에 소비자들이 싼 가격에 맥주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찾는 상황이다.
주류업계는 '발포주'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오비맥주는 지난 20일부터 회사의 발포주 브랜드 '필굿'의 편의점용 1.6ℓ 대용량 페트병 제품 가격을 약 7% 내렸다. 오비맥주는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도 앞서 맥주의 출고 가격을 인상하며, 발포주 제품의 경우 인상률을 최소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신세계L&B는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최근 신규 발포주 브랜드인 '킹덤 오브 더 딜라이트'의 3종을 출시했다. 지난해 3월 선보인 '레츠'에 이어 아예 새로운 라인을 추가한 것으로, 기존 한 가지 발포주 브랜드만 갖고 있는 경쟁사와 궤를 달리했다. 신세계L&B 관계자는 "가성비를 추구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에 맞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발포주를 선보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포주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물가 상승 영향으로 '저가 커피' '저가 햄버거' 등 낮은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운 '가성비' 제품의 수요가 늘고 있다"며 "맥줏값도 인상됐기 때문에 맥아에 따른 맛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소비자들은 발포주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