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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그룹 김재철의 두 아들 ‘김남구-김남정’…한투 vs 동원 성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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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 기자 | 이지선 기자

승인 : 2021. 04. 09. 06:00

[투자영토 넓히는 김남구]②
장남이 이끄는 한국금융지주 급성장
계열분리 16년 만에 몸집 동원의 2배로
동원 맡은 차남은 '공격적인 M&A'
물류사업 진출 등 수익 다각화
한투證 순익 1위 탈환·해외공략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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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자전(父傳子傳)’일까 ‘청출어람(靑出於藍)’일까. 40세의 젊은 나이에 동원그룹의 금융계열사를 총괄하기 시작했던 김남구 회장(58)의 얘기다. 당시 중소형 증권사였던 동원증권으로 시작해 현재는 국내 대표 증권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로 키워냈다. 원양어선의 말단 선원부터 시작해 동원그룹을 대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부친 김재철 명예회장(86)의 행보와 닮았다는 평가다. 김 명예회장은 52년 전, 어선 2척으로 원양산업을 개척해 ‘참치 신화’를 쓴 인물이다.

김 회장은 2003년 한국금융지주가 동원그룹에서 분리되면서부터 독자 경영을 시작했다. 그는 동원그룹보다 몸집이 작았던 한국금융지주를 동원의 두 배로 확대시켰다. 부친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은 김 회장이 한국금융지주를 모그룹보다 가파르게 성장시키면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김 명예회장은 일찍이 장남 김 회장에게 금융업을, 차남 김남정 부회장(48)에게는 식품업을 각각 물려주기로 결정했다. 김 부회장은 김 명예회장 밑에서 혹독한 후계자 수업을 받았고, 지난 2019년 김 명예회장의 퇴임과 함께 본격적으로 그룹을 이끌고 있다. 두 아들은 조용하지만 강한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불필요한 주목을 받기보다 큰 그림을 그리며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겸손을 중요하게 여기고 업적과 공헌이 밖에 알려지는 것을 꺼렸던 김 명예회장과 닮은꼴이다. 또 아버지처럼 M&A로 사업을 확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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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작고한 조덕희 여사와의 사이에 2남 2녀를 뒀다. 장남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뒷 줄 오른쪽), 차남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뒷줄 왼쪽), 장녀 김은자씨(앞줄 왼쪽), 차녀 김은지씨(앞줄 오른쪽)./제공=동원그룹
◇한국금융지주, 동원그룹 두 배로 ‘껑충’
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동원그룹의 공정자산은 3조1057억원, 매출액 1조7475억원, 영업이익 1637억원, 순이익 1234억원으로 집계됐다. 계열분리 직후 한국금융지주는 공정위 기준 대기업집단에 포함되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작았다.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공정자산을 단순 계산했을 때 2조1482억원이다. 동원그룹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했던 셈이다. 16년이 지난 현재 한국금융지주의 몸집은 동원의 두 배로 불었다. 지난 2019년 말 기준 한국금융지주의 공정자산은 14조9억원으로, 2003년 대비 552%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동원그룹은 154% 성장한 7조8743억원으로 확대됐다.

김 명예회장은 장남에게는 금융 계열사를, 차남에게는 식품 계열사를 각각 맡겼다. 김 회장이 금융업을 택했을 때 시장에서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장자 승계 원칙을 지키던 재계에서 그룹의 주력 사업이 아닌 비주력 사업이었던 금융업을 승계받아서다. 2003년 계열분리 이후 김 회장이 한국금융지주 대표를 역임하면서 독립적인 경영을 했기 때문에 사실상 동원그룹과 독자 노선을 걷게 됐다. 분리 이후 한국금융지주의 성장세는 동원그룹을 넘어섰다.
단순히 몸집만 불어난 것이 아니다. 실적 상승폭은 더욱 가파르다. 작년 말 기준 한국금융지주(28개 계열사)의 매출액은 11조4037억원, 영업이익은 1조6583억원, 순이익은 1조3302억원을 기록했다. 2003년 대비 매출은 2272%, 순이익은 2798% 급증했고, 영업이익은 흑자를 기록했다. 2019년 동원그룹 매출액은 6조1046억원, 영업이익 2905억원, 순이익 2164억원 등을 기록했는데, 2003년 대비 각각 249%, 77%, 75% 늘어난 수준에 그쳤다.

◇“현장의 애환을 알아야 한다” 대를 잇는 현장 중심 경영 철학
김 회장과 김 부회장은 창업주의 아들이지만 밑바닥부터 업무를 배운 것으로 유명하다. 김 명예회장이 ‘경영자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몸으로 깨달아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1987년 대학을 졸업한 이후 원양어선에 올랐던 이유다. 회장의 아들이라는 신분은 숨긴 채 명태잡이 원양어선에서 5개월간 그물, 갑판 청소 등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다. 동원증권에 입사할 때에도 본사 핵심부서가 아닌 영업점 대리로 입사해 업무를 배웠다. 이후 채권부, 전략기획실, 자산운용본부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고, 전문성을 가진 오너라는 평가도 받는다.

부친으로부터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은 김 회장의 자식 교육법도 비슷하다. 현재 김 회장의 장남 김동윤 씨도 한국투자증권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근무 중이다. 영업점에서부터 업무를 배워나가고 있으며 현재 본사 IB본부에서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김 부회장은 대학을 졸업한 1996년 경남 창원의 참치캔 제조공장 생산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참치캔 포장, 창고 야적 등 고된 일을 모두 해야 했다. 이후에는 청량리 도매시장 일대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며 현장을 직접 경험했다. 마케팅전략팀, 경영지원실, 스타키스트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다양한 실무를 경험한 이후 2014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 김남구-김남정 형제, M&A 전략도 부친 닮은꼴

한국금융지주와 동원그룹이 성장 원동력은 성공적인 M&A다. 김 회장의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신탁(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의 인수 덕분에 국내 대표 증권사로 성장했고, 김 부회장의 동원그룹은 다양한 M&A를 펼치면서 기존 식품산업 중심에서 종합생활산업 기업으로 모습을 바꿔나가고 있다. 두 형제의 M&A 전략은 부친인 김 명예회장의 영향을 받았다. 김 명예회장은 국내 수산업체 최초 ‘참치캔’을 만들었는데, 이를 기반으로 미국 최대 참치캔 회사인 스타키스트 인수도 이뤄냈다. 경험이 없던 금융업으로의 진출도 대표적인 성과다.

김 명예회장은 경매에 참여할 때 나름의 비법을 가지고 있었다. 끝자리를 0으로 쓰기보다는 1이나 2로 만들면 인수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비법은 장남 김 회장이 한국투자신탁을 인수할 때 효과를 봤다. 인수가로 5412억원을 제시한 결과 인수자로 선정됐다. 시장에서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고 회자될 정도로 한국금융지주의 입지는 크지 않았다. 한국투자신탁 인수 후 한국금융지주가 본격적으로 성장하면서 성공적인 금융권 M&A로 평가받는다. 당시 7~8위권이었던 동원증권은 한국투자증권 인수로 업계 4위로 올라섰다. 995억원이었던 순이익은 4757억원으로 뛰었다.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 2016년 카카오뱅크에 지분 투자, 2017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초대형IB)로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 2019년 한국투자부동산신탁 설립 등 성과도 냈다.

김 부회장 역시 2014년 동원그룹의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다양한 M&A를 진두지휘했다. 2014년 종이포장재 및 산업용 필름을 생산하는 한진피앤씨 인수를 시작으로 두산그룹의 포장재 계열사 테크팩솔루션, 미국 캔 제조사 탈로파시스템즈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베트남 포장재 회사 TTP, MVP를 각각 인수하기도 했다. 동원그룹의 포장재 관련 사업 연매출이 1조원을 넘어설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후 가정간편식(HMR) 유통업체 더반찬 , 물류기업 동부익스프레스, 온라인 축산물 유통기업 금천 인수 등 공격적인 M&A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김재철 퇴임 후 각 그룹 성장세 지속 과제
한국금융지주가 동원보다 양적인 성장을 이뤄냈지만, 단순히 수치로만 비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각각 영위하는 사업이 겹치지 않는 만큼 경쟁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 명예회장이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 만큼 두 형제의 어깨도 무거울 수밖에 없다. 부친이 닦아놓은 기반 위에서 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어서다.

김 회장의 경우 지난해 한국금융지주의 회장에 올라선 만큼 실적 개선세를 이어나가야 한다. 한국금융지주의 경우 핵심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국내 순이익 1위 자리를 빼앗긴 만큼 정상 탈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의 입지 확대도 중요한 과제다.

상대적으로 한국금융지주보다 더딘 성장을 한 동원그룹도 M&A로 외형 확장을 한 만큼 시너지 성과를 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김 부회장은 김 명예회장이 퇴임하면서 사실상 그룹을 독자적으로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성과에 대한 부담도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찌감치 사업 영역 분리로 후계 구도를 정리한 동원그룹의 경영 승계 과정은 모범적인 경영 승계 사례”라며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김 회장과 김 부회장 모두 내부에서 경영 관련 사안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선영 기자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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