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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로미오와줄리엣’ 고은성 프로필 컷. / 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
“우리 작품은 굉장히 새롭다. 만약에 지루하고 지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이 공연이 굉장한 자극제가 될 것 같다. 일단 깜짝깜짝 놀라는 포인트들이 있다. 졸인 가슴을 우리가 아름다운 노래들과 연기로 달랠 것이다. 정신없이 잘 봤다는 생각을 할 거라고 본다.”
고은성은 지난 16일부터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뮤지컬 ‘로미오와줄리엣’의 로미오 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고전과 달리 판타지 로맨스로 풀어낸 이번 작품 속 로미오는 흉측한 외모의 돌연변이 소년이다. 자칫 잘못 전달되면 유치하거나 공감하지 못할 극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연배우인 고은성의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해석은 명쾌했다.
전작인 ‘인터뷰’에서 다중인격 캐릭터로 힘든 감정 연기를 잘 소화한 고은성이 이번엔 감정뿐만 아니라 체력적으로도 힘든 캐릭터를 선택했다. 그는 ‘로미오와줄리엣’이 자신의 뮤지컬 인생에 있어서 스태미나를 단련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자신했다. 뮤지컬배우 고은성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 ‘인터뷰’에서 주연배우로서 극을 끌고 가는 데 호평이 많았다. 어떤 평이 가장 기억에 남는가.
“‘노래보다 연기를 더 잘 한다’는 말. 나는 원래 노래를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연기를 막상 제대로 한지는 몇 년 안됐다. 연기에 대한 욕심도 충분히 있고 연기도 음악처럼 빠져서 좋아했던 순간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칭찬을 받는 게 굉장히 기분이 좋은 것 같다. 내가 또 다른 잘할 수 있는 게 생기고 있다는 거니까. 이번 ‘로미오와줄리엣’에서도 그런 평을 듣고 싶다.”
- ‘인터뷰’에 이어 또 창작 초연인 ‘로미오와줄리엣’을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다. 초연도 힘들고 라이선스도 힘들고 다 힘들다. 초연이 가지고 있는 더 힘듦이 물론 있다.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나가는 임기응변의 자세가 필요하다. 창작을 몇 번 해봤는데 창작을 하면 연기를 할 때 쓰는 뇌의 감각이 좀 더 입체적으로 활용된다. 모든 촉각이나 기운 등이 공감각적으로 더 곤두서지 않나 생각이 든다.”
영상 촬영·편집=이홍근 기자
- ‘로미오와줄리엣’ 첫 공연 때 음향사고가 있었는데 당시 어떤 기분이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이후 무대를 이어갔는지 궁금하다.
“진작 직감적으로 마이크가 안 나오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방법이 없다. ‘잠시만요’ 하고 나갔다 올 수도 없고, 중간 중간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움직이면서 마이크의 땀을 털어도 봤는데 안 되더라. 내가 마이크를 고칠 수가 없으니까 오히려 줄리엣 역의 김다혜를 이용했다. 김다혜 마이크가 켜져 있기 때문에 좀 붙어서 같이 불렀다.”
- 극중 흉측한 분장으로 잘생긴 얼굴을 가리는데 아쉬운 점은 없나.
“전혀 없다.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첫 공연 때 얼굴의 흰 칠을 내가 했다. 나를 없애려고 생각보다 너무 많이 했다. 근데 화장품이 좀 셌나보다. 그걸 하고나서 3일 동안 피부가 올라왔다. 지금 좀 괜찮아진 건데 모공이 다 일어나고 두드러기가 나서 부어올랐다. 내가 그나마 얼굴의 자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피부인데 ‘자칫 잘못하면 피부를 잃을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과한 분장이 됐던 것 같다. 다들 그 정도는 가지 말자고 얘기했다. 돌연변이로 나오는 모습이 많으니까 돌연변이 모습도 멋있게 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나는 끝까지 반대했다. 돌연변이는 최대한 흉측해야 된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너무 얼굴을 못 알아보니까 그것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다. 프리뷰기간이니까 이것저것 해볼 수 있지 않나. 한번 넘어져봤으니까 다시 일어나서 뛰어야겠다. 내 두 번째 공연인 오늘(21일)은 분장을 덜할 예정이다.”
- ‘로미오와줄리엣’의 스토리나 연출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넘버나 배우들의 연기는 평이 나쁘지 않은데 초연이라서 미흡한 부분들을 어떻게 연기로 채워갈 계획인가.
“이 극 안에서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건 사랑으로 인한 희생이다. 내가 돌연변이로 살아오면서 인간이 되길 선택하고 그 여자를 다시 만난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일상에서는 많이 할 수 없는 과감한 극적인 선택이 계속 이뤄진다. 그런 것들을 관객으로 하여금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면 그걸로 만족할 것 같다.”
- 자신 있나.
“하나 자신 있는 게 돌연변이로 변한 줄리엣을 바라보는 내 눈빛과 마음이다. 나와 줄리엣의 눈이 마주쳤을 때 음악이 나오고 꽤 오랜 시간 아무것도 안하며 마주보고 있다.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안하는 게 아니다. 관객과 우리는 무대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그런 것을 알아줄 것 같고 분명히 알거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에게 이런 걸 보여드리겠다는 건 없다. 내 머릿속에 정해진 건 없고 정해진 길만 있을 뿐이다. 그날 줄리엣이랑 어떤 게 맞닥뜨려서 불빛이 딱 났는데 그 불빛을 쥐어주는 인물이 나일뿐이라고 생각한다. 이 불 모양은 어떻게 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내버려두는 수밖에. 내가 불 모양까지 만들어주면 감정에 대한 강요가 아닌가. 내가 그런 점을 많이 생각하고 무대에 오르고 있기 때문에 관객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무대가 3층으로 이뤄져 있고 층과 층 사이를 뛰어다녀 동선이 꽤 위험해 보인다. 아찔했던 순간은 없었나.
“오히려 반대다. 나는 3층의 튀어나온 부분에 올라가서 봉을 잡고 뛰어내리고 싶었다. 그게 뭔가 멋있을 것 같아서 그러고 싶었는데 많이 절충을 했다. 연습을 많이 했고 최대한 위험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 안에서 안전장치들이 나름 있다. 아대를 차고 장갑도 끼고 있기 때문에 조심히만 한다면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생각한다.”
- 출연 배우로서 뮤지컬 팬이 아닌 대중에게 ‘이 작품은 이런 매력이 있으며 이래서 꼭 보면 좋겠다’ 어필 부탁한다.
“우리 작품은 굉장히 새롭다. 만약에 지루하고 지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이 공연이 굉장한 자극제가 될 것 같다. 일단 깜짝깜짝 놀라는 포인트들이 있다. 졸인 가슴을 우리가 아름다운 노래들과 연기로 달랠 것이다. 정신없이 잘 봤다는 생각을 할 거라고 본다. 아직 프리뷰단계라서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이 시간이 좀 지나서 본 공연에 들어가고 보완이 된다면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 분명히 그 안에 있기 때문에 굉장히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
- 뮤지컬 ‘로미오와줄리엣’이 배우 고은성의 연기 인생에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내 뮤지컬 인생에 있어서 굉장한 스태미나를 단련할 수 있는 시간? 무대 위에서 숨 차는 시간들이 많다. 이걸 다 참아내면서 노래를 해야 된다. ‘그리스’도 춤추면서 하기 때문에 힘든데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춤을 춰서 힘든 것과 무대를 여기저기 스파이더맨처럼 뛰어다녔을 때의 숨참은 다르다. 그런데 웃긴 건 리허설 때 그렇게 힘들었는데 공연할 때 또 되더라. 더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의 장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상 촬영·편집=이홍근 기자
- 벌써 뮤지컬배우로 데뷔한지 6년째, 5주년이다. 지금까지 한 작품이 많지는 않지만 그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과 캐릭터는 무엇인가.
“가장 좋아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는 ‘인터뷰’의 맷 시니어,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은 역할은 ‘페임’의 닉 피아자다. 연기를 처음 할 때인 23세에 닉 피아자 역을 맡았다. 다시 한다면 어떻게 할지 머릿속에 그려지는 부분도 있고 굉장히 재미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내 인생에서 뮤지컬은 어떤 존재다’ 말하자면.
“없어도 사는 신체 부위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없어도 죽진 않지만 없으면 안 된다. 어떻게든 노래하며 살겠지만 뮤지컬이 없으면 안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