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이 첫 정상외교를 통해 얻은 외교적 성과가 모두 묻혀버렸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윤창중 사태’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면서, 이로 인해 이번 방미 성과가 가려져서는 안된다고 경계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반도 프로세스를 포함한 한·미 협상 결과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귀국 보고와 함께 후속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필요하다면 야당 대표를 포함해 국정을 협의하는 자리를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윤창중 사건로 큰 성과가 덮여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윤창중 사건과는 철저히 구분해 방미 성과가 실행에 옮겨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정치외교적으로 봤을 때 글로벌 파트너로서 한국의 위상이 부각됐고 안보 동맹관계가 한층 더 강하게 구축됐다”며 “후속 조치가 매우 중요하다.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와 전작권 이관 문제, 전문인 비자발급 문제 등 실리적 외교문제에 대해 잘 대처해서 방미 성과가 그대로 실리로 이어질 것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윤창중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 외교가에서는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에 대해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과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 한반도 긴장상황 속에 가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굳건한 한·미동맹과 대북공조를 재확인했다.
특히 박근혜정부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것은 향후 대북 정책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모멘텀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또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를 여러차례 강조하면서 역사 인식에 대한 우리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으며 경제인들과의 만남에서는 북한 리스크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우려를 잠재웠다.
이와 함께, 적재적소에 맞는 옷차림과 행동으로 ‘동북아 최초의 여성대통령, 박근혜’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하지만 이 같은 외교 성과는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모두 잊혀졌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뉴스 블로그 ‘코리아 리얼타임’을 통해 윤 전 대변인이 일으킨 “도덕적으로 불미스러운 사고”가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정치 평론가인 박상병 박사는 이날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이 블랙홀처럼 외교와 안보 정치 현안을 삼키고 있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며 “박근혜정부 입장에서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후속 과제 추진을 해야할 시점에 대통령이 사과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국정운영에 큰 차질을 겪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박사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 문제에 대해 대반전의 기회를 찾지 못하면 국정운영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에 상당히 시간이 걸리게 될 것”이라며 “청와대 시스템을 개혁함과 동시에 대북 문제 등 후속 과제 추진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