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로스 칸을 통해 본 윤창중 전 대변인의 향후 시나리오

* 형사 처벌 피하더라도 민사에서 거액 합의금 물을 가능성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은 2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직을 사퇴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의 몰락과 닮은 모습이다.

두 사건은 모두 ‘해외 출장’을 간 ‘유력인사’가 ‘미국의 호텔’에서 성 추문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지난 2011년 5월 미국의 한 호텔 여종업원은 칸 총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 당시 알몸 상태로 있던 칸 전 총재는 호텔 객실을 청소하러 방에 들어간 피해자를 넘어뜨리고 성폭행하려 했다. 피해자는 가까스로 탈출해 경찰에 신고했다.

윤 전 대변인의 경우 호텔에서 인턴 직원과 함께 술을 마신 후 이 여성을 추행하고, 서류 전달을 핑계로 자신의 호텔방으로 불러들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이 사건 당시 알몸 상태였다는 것을 시인했다고 청와대가 12일 밝혔다.

사건 이후 프랑스의 유력 대선 후보였던 칸 전 총재는 IMF 총재직에서 물러났고 아내에게도 이혼 당했다. 화려한 경력의 변호사들을 앞세워 감옥살이는 면했지만 칸 총재는 민사 소송에서 피해자에게 수백만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한 후에야 사건을 종결지을 수 있었다.

윤 전 대변인이 향후 미국 법정에 설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형법상 성인 대상 성범죄는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고, 양측이 합의할 경우 수사 자체를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경찰이 한국에 윤 전 대변인 신병을 넘겨주도록 요구할 지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법정형이 벌금에서 징역 1년 미만으로 가벼운 경범죄로 판단될 경우 범죄인 인도를 청구할 수 없다.

법조계는 현재까지 알려진 의혹만으로는 윤 전 대변인이 범죄인 인도 대상이 아닐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윤 전 대변인이 형사 처벌을 피하더라도 민사소송이 제기될 경우 거액의 합의금을 물어야 할 가능성은 있다. 일각에서는 윤 전 대변인이 민간인 신분으로 미국으로 자진 출국해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