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안이 예상을 깨고 일찌감치 국회논의 과정을 마무리된 데는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뚝심'이 한몫했다.
정부는 당초 추경안의 국회통과 시기를 4월 국회 막바지인 5월 3일을 1차 목표로, 7일을 최종목표로 잡고 여야 설득작업을 벌이면서도 내심 '6월 국회로 넘어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초조해했다.
추경안이 경기회복의 '마중물'이 되도록 여야가 최대한 빨리 논의를 마쳐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호소가 있었지만 역대 관행이나 여야 대치구도로 볼 때 상황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야정 협의체에서는 정부안에 대해 '졸속'이라는 비난이 쏟아졌고 '세입경정예산 12조원을 줄여서라도 세출을 늘려야 한다'는 세출 확대론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추경 규모가 20조원으로 불어날 수 있다는 설이 나돌았다.
각 상임위의 '밀당'(밀고당기기)이 마무리될 즈음에는 계수조정소위에서 민주당이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 최저한세 상향 등을 요구하고 여당이 반대해 이틀간 파행을 겪기도 했다.
야당은 "재정건전화 개선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빚더미 추경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선언, 4월 회기내 추경안 국회 통과가 물건너간 것처럼 보였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현 부총리의 대응은 즉각적이고 강했다.
먼저 출국 이틀을 앞두고 3일부터 이틀간 인도 델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45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및 아세안(ASEAN)+3' 재무장관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매년 기재부 장관이 빠짐없이 참석하는 행사였다.
이어 2일에는 이례적으로 대변인을 통해 성명을 내고 추경안의 빠른 국회 통과를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건방져 보인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재정건전성 확보에 대해선 "임기내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추경안 국회 통과과정에는 이석준 제2차관과 방문규 예산실장의 숨은 노력도 기여했다.
이 차관과 방 실장은 예산안이 국회에 넘어가기 전부터 의원 한 명 한 명을 찾아다니며 추경의 시급성과 당위성을 설명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장·차관을 비롯해 기재부 고위 간부들이 이번 추경안에 쏟은 노력은 국회 내에서도 화제가 됐다"고 말했다.
- 윤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