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인력으로 인한 기업들의 효율성 저하를 우려하는 시선이 있지만, 사업장 내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고령인력 비율이 높은 조선업체들은 임금피크제, 정년 연장 등을 시행하면서 이들로부터 조직 내부에 다양한 장점을 흡수할 수 있어 오히려 이익이라는 것이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체의 생산직 평균연령은 2002년 40.3세에서 2005년 41.7세, 2007년 42세, 2010년 42.3세, 2012년 43.3세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이는 전체 근로자 평균 연령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국내 전체 근로자 평균 연령은 39.6세다.
이 같은 인력 고령화 때문에 일부에선 생산성이 떨어지고 고임금에 따른 비용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체 중 임금피크제를 10여년 전부터 시행한 대우조선해양과 지난해 ‘선택정년제’를 시행하기 시작한 현대중공업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이 업체들은 조선업계 특성을 고려할 때 인력 고령화가 반드시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조선업 기술을 익히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오히려 어느 정도의 나이에 이르러야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정년연장을 통해 회사는 숙련된 기술인들의 축적된 노하우를 살리고 후배들에게 이를 전수할 수 있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무엇보다 고령직원들을 적극 활용하면서 직원들에게 회사에 대한 자긍심도 갖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도 “현재 50대는 과거와 달리 건강상태도 상당히 양호하고, 아직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나이”라며 “또 조선소 현장이 점차 첨단화되면서 20대에 비해 고령 인력의 생산성이 떨어진다거나 산재위험도 크지 않아 회사 입장에서는 고령 직원들의 고급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서 고령인력의 고임금으로 인한 부담을 덜고 있다. 직원들 대다수도 정년인 58세를 넘어 59세까지 일을 하고, 건강 등을 판단해 60세까지도 직원들의 80% 정도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급여는 점차 줄지만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한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조선업계 평균연령이 전체 산업 평균보다는 높지만, 축적된 노하우나 경험을 바탕으로 아직 현장에서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는 연령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래를 내다본다면 고령인력으로 인한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이들을 이어나갈 젊은 인력이 점차 줄고 있어 오히려 인력 수급이 걱정스러운 상황이지, 고령화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는 이미 고령인력을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약국·편의점 체인업체인 CVS는 ‘장년 근로자 프로그램’을 통해 50~99세의 고령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1990년대 초 고령인력 비율이 전체 근로자의 6%였지만, 고령자를 적극 지원하도록 하는 채용 과정을 도입하면서 2011년에는 고령인력 비율을 18%까지 늘렸다.
미국의 금융서비스 회사인 피델리티도 고령인력을 채용해 ‘퇴직연금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은퇴에 대해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조언을 하면서 피드백에 활용되고 있다.
프랑스 방송사인 ‘프랑스3’는 회사 내 고령인력들의 경력을 활용하고, 회사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취지로 ‘고령자와의 동반 선진화’ 전략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고령근로자를 TV채널 개편 과정에 참여시키는 등 각종 업무에 활용토록 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사회적 편견과 달리 고령인력은 젊은 세대에게 없는 장점이 있다”며 “그들은 조직에서 경험과 지혜의 보고이며 지식의 전수자 역할을 하는 등 매뉴얼로 전달할 수 없는 암묵적 지식을 보유한 인재 집단이라 사업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인구의 전반적인 고령화 추세를 감안한다면 당분간 산업 현장은 중장년층 인력들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은퇴자들의 재고용과 숙련 기술 등의 노하우를 제대로 전수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