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개봉해 3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영화 '신세계'(감독 박훈정)의 주연배우들은 모두 불혹을 넘어섰다. 1973년생으로 올해 40세가 된 이정재를 비롯해 1970년생 황정민, 1962년생인 최민식이 영화를 이끄는 주인공들이다.
'신세계'는 골드문이라는 국내 최대 범죄조직을 배경으로 한 누아르 영화. 장르 특성상 황정민은 거친 액션을 소화해야 했지만 전혀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 움직임으로 스크린을 장악했다. 이정재 역시 20대에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한 몸매로 정장 맵시를 뽐내며 남성적인 매력을 물씬 풍겼다. 최민식은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대사 처리에도 전혀 눌리지 않는 기를 발산하며 20년 연기경력을 가진 베테랑 배우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세 명배우의 만남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개봉 3주차임에도 '신세계'의 예매율은 여전히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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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주먹' 황정민(좌측부터), 유준상, 윤제문 /사진=조준원 기자wizard333@ |
황정민은 '신세계'에 이어 4월 11일 개봉하는 영화 '전설의 주먹'(감독 강우석)에서도 액션을 선보인다. '전설의 주먹'에서 황정민과 함께하는 배우들 역시 40대다. 1969년생인 유준상, 1970년생인 윤제문이 황정민과 함께 파이터로 나서 관객들을 만난다.
유준상과 윤제문도 황정민에 전혀 뒤지지 않는 배우들이다. 유준상은 지난해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국민남편'에 등극한 바 있다. 현재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감독 홍상수)에도 등장했다. 황정민과 동갑인 윤제문은 드라마 '세계의 끝'의 주연을 맡았으며 올해 안에 영화 '동창생'의 개봉을 앞두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전설의 주먹'은 학창시절 화려한 무용담으로 이름을 날리던 세 주인공이 나이가 들면서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리얼 파이트 TV쇼를 통해 다시 부활을 노린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꿈을 접고 살아왔던 4050들이 다시 일어선다는 내용은 현실의 4050 관객들에게도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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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로티' 한석규. /사진=조준원 기자wizard333@ |
이뿐만이 아니다. 7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베를린'(감독 류승완)에는 한석규가 있다. '쉬리'를 통해 국민배우로 등극한 한석규는 1964년생이다. 영화에서 그는 대한민국의 국정원 요원으로 분해 녹슬지 않은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그는 14일 개봉한 영화 '파파로티'(감독 윤종찬)에서도 튼튼한 중심축을 유지했다. 한 때 잘 나가던 성악가였지만 지금은 촌구석 예술고등학교의 음악선생으로 분한 한석규는 '베를린'의 국정원 요원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만큼 배역에 녹아든 연기로 몰입감을 높였다.
영화 홍보사의 한 관계자는 "40대와 50대 배우들은 대부분 10년이 넘는 연기경력을 갖고 있다. 그런 만큼 관객들이 배우에 대해 갖는 신뢰도도 높은 편이다"며 "배우들의 이름만 보고도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있을 정도로 호응도가 좋다. 또 배우들의 젊은 시절을 지켜보며 함께 나이를 먹은 40대와 50대 관객들은 배우들을 보면서 동질감을 느끼거나 공감하는 면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