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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보건사회연구원 |
올해부터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자 약 713만 명)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됐지만 부양해야 할 자녀들로 인해 노후를 대비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모아둔 은퇴자금이 부족한 반면 자녀의 대학교육비와 결혼자금으로 목돈을 부담하면서 노후생활을 대비하지 못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베이비부머의 노후소득준비 현실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50대 은퇴자 218명을 대상으로 은퇴자금이 충분한지 묻는 설문조사에서 절반에 달하는 49.5%가 ‘부족하다’, 9.1%는 ‘매우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이 두 항목을 합하면 58.6%로 중장년층 10명 중 6명은 은퇴 이전까지 모은 자금이 은퇴 후 생활자금으로 부족하다고 답한 셈이다.
은퇴자금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유로는 응답자의 61.3%가 ‘자녀의 교육비 및 결혼자금’ 때문이라고 답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정작 본인의 생활비 지출 때문에 여력이 없었다는 의견은 4명에 1명꼴인 25.6%로 집계됐다.
현직근로자 500명, 퇴직경험자 500명 등 50대 1000명을 대상으로 현재 행복하다고 느끼는지 묻는 조사에서는 38.5%(385명)만 그렇다고 답했고, 61.5%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에게 현재 또는 장래에 가장 불안하게 생각되는 요인을 묻자 42.7%(427명)가 자녀의 교육과 결혼 문제를 꼽았다.
본인의 건강문제(39.5%), 퇴직 후 일자리(35.7%), 가족 생활비(32.6%) 등은 비슷한 비율로 나란히 뒤를 이었다.
노후에 불안한 요소는 많지만 현실적으로 은퇴 전후 안정된 소득수준을 준비하기는 어렵다고 답한 것이다.
은퇴 전후 가계소비지출 추이를 살펴보면 은퇴 전 총 소비는 월 평균 130만원, 은퇴 후 총 소비는 월 평균 138만원 수준이었다.
식비는 은퇴 전후 모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은퇴 전에는 자녀교육비 및 대학자금이, 은퇴 후에는 건강관리를 위한 보건의료비가 많이 들어갔다.
현재 국내 장·노년층의 소비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50세 이상 자가 소유의 은퇴자 부부가 자녀의 도움 없이 안정된 노후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연간소득은 건강상태가 양호한 경우 2200만원 수준으로 예측됐다.
베이비부머 428명을 대상으로 노후준비의 책임 주체를 묻는 조사에서는 본인(61.4%)과 배우자(25.3%)라는 응답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정부가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은 10.2%, 자녀가 부양해야 한다는 의견은 2.3%에 그쳤다.
자녀부양으로 인해 평생 은퇴자금을 모으지 못하면서도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노부모 부양에는 강한 책임감을 느끼는 마지막 세대인 동시에 자신의 노후는 부부가 알아서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지닌 첫 번째 세대로 평가된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박지숭 수석연구원은 “50대 베이비부머들이 자녀의 교육과 결혼자금 마련에 대한 부담과 더불어 고용의 불안전성과 취약한 연금준비로 인해 안정된 노후생활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책적 과제로 다양한 사적연금을 개발하고 고용지원정책을 마련해야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