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 유선준 기자 = # 김영애씨(58·여·경기도 의정부시)는 요즘 며칠째 밤잠을 설치고 있다. 최근 아들이 결혼하겠노라 선포했지만 결혼에 드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 처가에 흠 잡히지 않으려면 번듯한 집도 한 채 마련해 줘야하고 혼수 준비에 예식장도 예약해야 하는데…. 이 모든 게 서민인 김씨로서는 한두 푼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담스러운 비용이다. 결국 김씨는 아들의 결혼 날짜를 늦추고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남편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3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베이비부머의 노후소득준비 현실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50대 장년층의 일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고 밝혔다.
위 사례처럼 50대 장년층이 자녀의 결혼 비용이나 학비 등을 마련하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레 일 욕심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집에서 놀고먹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힘이 남아있을 때 자식의 앞날을 위해 일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중년들이 최근 점점 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50대 임금근로자 중에서 아직 이직 경험이 없는 500명을 대상으로 퇴직한 후에도 계속 일하고 싶은지 설문조사한 결과 91%가 계속 또는 평생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완전히 은퇴하고 싶다는 의견은 5.5%에 불과했다.
김현임 경제시민포럼 회장은 최근 일어나는 중년들의 일 욕심 현상에 대해 “요즘 100세 시대가 되면서 중년들이 웬만해선 은퇴를 생각하지 않는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살아갈 날이 많기 때문에 자연히 일을 하겠다는 의지도 강해진 것”이라며 “최근 자식의 결혼 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해 일을 계속하겠다는 중년들도 상당히 늘고 있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김정자씨(59·여·경기도 고양시)는 “자식들의 결혼까지 책임지고 싶은 게 부모들의 마음 아니겠냐. 결혼은 당사자들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축복 속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부모가 결혼 비용을 대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라며 “결혼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선 부모가 은퇴하지 않고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