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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100세 시대] “눈높이를 낮추지 않고는 재취업은 불가능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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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웅 기자

승인 : 2013. 02. 05. 06:05

*김동준 전경련 중견전문인력 종합고용지원센터 수석컨설턴트 인터뷰
아시아투데이 강진웅 기자 = “국내에 중년 인력들을 위한 재취업 사업은 거의 ‘전멸’ 상태입니다. 그나마 몇 자리 안 되는 곳이라도 재취업하려면 구직자들이 눈높이를 낮춰야 합니다.”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중견전문인력 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만난 김동준 수석컨설턴트(53)의 어조는 단호했다.

취업할 때 눈높이를 낮춘다는 게 20대나 40~50대 퇴직자 모두에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재취업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퇴직자 재취업 사업에 종사하게 된 지 4년밖에 안됐지만 이 분야 전문가들 중 경력이 오래된 축에 속한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중견 인력들의 재취업에 대해 관심을 가진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국내 퇴직자 대상 재취업 사업 사실상 전멸"

사실 김 수석컨설턴트도 퇴직 후 재취업을 했다. 17년 동안 대기업에서 일하다 퇴직한 뒤 중소기업 임원을 지냈다. 이후 우연한 기회에 임원이나 전문 인력 등을 기업체에 소개해 주는 ‘헤드헌터’ 를 하다가 전경련 중견인력 종합고용지원센터가 2011년 출범하면서 합류하게 됐다.

그는 먼저 국내 재취업 시장에 대해 “국내 헤드헌팅 시장은 철저히 30대 초·중반을 대상으로 하고, 경력 5년 내외의 대리급 인력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습니다. 때문에 국내에선 40대만 넘어도 이들의 재취업 기회는 사실상 거의 어렵다고 봐야죠. 40대 이상을 소개시켜 주는 경우는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합니다”라며 아쉬워했다.

전경련은 지난 2011년 3월 대기업 퇴직자들의 재취업을 위해 고용노동부 위탁사업의 일환으로 이 센터를 출범시켰다. 이후 약 2000여개 기업이 회원으로 가입했고 센터는 구직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진행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재취업 박람회는 구직자와 인력을 원하는 기업 모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하지만 김 수석컨설턴트는 현재 전경련이나 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와 지자체가 하고 있는 재취업 사업만으로는 매년 발생하는 많은 수의 퇴직자들을 재취업의 길로 인도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국내의 중년인력 대상 재취업 사업은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 구분 없이 거의 ‘전멸’ 상태로 보면 됩니다.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퇴직자 재취업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것은 2010년입니다. 때문에 퇴직자 재취업에 대한 인식 자체가 아직 부족한 상태라 이들이 지원받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전무하죠.”

김동준 전경련 중견전문인력 종합고용지원센터 수석컨설턴트가 재취업 구직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재취업 정보 모은 ‘통합정보시스템’ 구축해야

국내 퇴직자 재취업 시장의 문제점 중 하나는 비효율성이다. 정부, 지자체, 민간 기업 모두 따로 움직이면서 사업 자체가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구직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퇴직자 재취업을 위한 정보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나마 지금 있는 재취업 사업과 취업 정보 사이트들도 중구난방으로 생겨서 겹치는 부분도 많고, 가장 기본적인 취업 정보 검색 조차도 일원화 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최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이라고 봅니다.”

이 때문에 센터에서도 매년 정부에 이와 관련된 정책 제안을 하고 있는 상태지만 정부와 지자체, 민간기업 등이 시스템을 만든 경로가 달라 통합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센터에 재취업 상담을 받으러 오는 대다수가 기획·영업·재무 등의 일반 사무직군 경력자이지만 퇴직자를 채용하려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사실 사무직군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대기업 출신의 일반 사무직군을 뽑기에는 중소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이런 인력들을 채용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결국 퇴직자들이 눈높이를 낮춰야만 하는데 그게 어렵다 보니 20~30년 동안 본인이 쌓아온 노하우를 전혀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 비일비재합니다.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큰 낭비죠. 하루빨리 이들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마련하는 작업부터 우선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전경련 중견인력 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재취업 교육을 받은 이들이 교육 수료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전경련

◇항상 취업정보에 귀 기울여야 좁은 취업 문 통과할 수 있어

김 수석컨설턴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상담자로 비슷한 '스펙'을 가진 두 지원자를 꼽았다. 

“대기업 출신의 무역 전문가 A, B씨가 있었습니다. 당시 A씨는 중소기업 무역담당자에 지원해 서류통과를 해서 저에게 면접 준비 방법을 물었습니다. 상담 도중 A씨가 B씨도 지원하지 않았겠냐고 해서 제가 나중에 B씨에게 물어봤더니 지원 공고가 나온 것도 모르고 있었어요. 사실 B씨가 이 자리에 더 적합해 보였지만요. 결국 A씨는 면접에 합격하고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어요. 취업 정보가 재취업 성공 여부를 가른 셈이죠.”

그는 강연 중 항상 취업 정보 확인을 강조했지만, 합격 가능성이 더욱 높았던 B씨는 결국 정보 부족으로 지원조차 못하고 만 것이었다. 김 수석컨설턴트는 이럴 때가 가장 안타깝다고 말한다. . 

그와의 인터뷰는 한 시간 정도밖에 이뤄지지 못했다. 센터 상담사 수가 워낙 부족하고 그가 이들을 이끌고 있다보니 일정도 빡빡했기 때문이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전문가 양성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전경련 센터에 전문 컨설턴트가 6명인데 회원 기업은 2000여개, 구직자는 약 4000명입니다. 때문에 기업과 일대일 매칭을 시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저희뿐 아니라 이 분야 전문가가 국내에 거의 없습니다. 정부와 민간기업, 헤드헌터 어디서도 이에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렇게 중견인력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어떤 재취업 사업이라도 결국에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강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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