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 류용환 기자 = “4050세대는 한 번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기 힘듭니다. 좌절에 대한 고민보다는 도전하는 인내가 제2의 인생설계에 큰 도움이 됩니다.”
지난 1999년부터 14년간 휴대전화 액세서리 도소매업을 하는 심용선씨(47)는 제2의 인생설계를 위해 2009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도소매업을 하기 앞서 대형 의류매장, 여가스포츠시설 등을 운영한 바 있는 심씨는 외환위기(IMF) 사태가 터지고 수 개월간을 쉴 수밖에 없었다. 지인의 권유로 액세서리 도소매업을 하게된 심씨는 지난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당시 대거 등장한 인터넷 쇼핑몰로 인해 사업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사업 초기 승승장구했던 사업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교육을 선택했다.
심씨는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자포자기 상태가 됐다. 그때 선택한 것이 대학 입학이었다. 포기하지 말고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친구의 조언이 지금의 방송대로 이끌었고 인생 설계를 위한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심씨가 제2의 인생설계를 위해 선택한 ‘교육’은 주변의 권유도 있었지만 IMF 사태, 세계금융위기 등 경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생각에 경제학과를 선택했다. 대학 입학 후 경제학, 부동산, 증권 등 주요 분야의 지식을 차근차근 쌓아 나갔다.
올해 1학기만 마치면 방송대 졸업장을 받게되는 심씨는 입학 초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인터넷으로 진행되는 방송대 원격교육에 두려움을 느꼈고 중간고사를 치르면서 공부의 어려움을 제대로 느꼈다.
결국 한 학기는 그대로 날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방송대 경제학과 ‘한마음’ 스터디 모임의 동기들이 심씨를 격려했고 어려운 과목은 학우들이 직접 나서 지원했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대학로캠퍼스에서 방송대 경제학과 4학년 심용선씨(47·오른쪽)와 방송대 '한마음' 스터디 모임 학우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는 “나이먹고 공부를 하다보니 상당히 힘들었다. 그 상황에서 가족들이 응원하고 학우들의 독려가 있었다. 50대에 들어서 은퇴 후 제2의 삶을 살기 위한 밑거름으로 선택한 것이 교육인데 경제를 몰랐던 나 자신에게 조금이나마 경제를 알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 말했다.
교육을 선택한 뒤 순탄치 않았던 심씨의 대학 생활은 초등학교를 다니는 두 아들이 큰 힘이 됐다. 인생설계를 위해 선택한 교육은 아이들에게 ‘공부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줬다. 큰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입학 당시 방송대를 택했던 심씨는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같이 대학을 졸업해야겠다는 생각에 6년을 계획했다.
6년간의 대학생활을 계획한 심씨는 오히려 1년을 앞당기게 됐고 교육을 통해 제2의 인생 설계를 위한 바탕을 만들게 됐다.
심씨는 “앞으로 관광학과로 편입 또는 재입학을 고려하고 있다. 수익만을 좇는 가이드가 아닌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관광가이드가 되고 싶다. 영어회화도 갖추고 관광 분야를 집중 공부해 관광객의 욕구를 채워주는 관광가이드가 되는 것이 앞으로의 희망이다”고 밝혔다.
거래처 제품 납품을 위해 하루 150km 가량을 움직이는 심씨에게 교육이란 힘든 하루 일과 중에서도 미래를 준비하는 밑거름이 된 것이다.
그는 “‘달이 지면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이야기가 있다. 교육 참여에 두려움이 있어 좌절하고 포기하는 이들도 봤다. 하지만 도전이 있다면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참을 인(忍)’을 마음에 새기며 인내하고 아날로그 세대가 디지털 시대의 벽을 뛰어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좌절하지 말고 도전하는 것이 4050세대가 해야할 일이다. 20~30대에 쓰러지면 다리 일어설 수 있다. 하지만 4050세대는 한 번 쓰러지면 끝이고 나와 가족이 힘들어진다. 현실의 벽이 쉽지 않더라도 도전하는 4050세대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