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ST, 부적합 기술 알면서도 제작 강행
-‘MK전자·예술세계’ 제작단도 3대 때 그대로
[아시아투데이=홍성율 기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국새를 만들기에 부적합한 제작 기법으로 지난 1999년 제3대에 이어 지난해 5대 국새를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KIST는 2005년 감사원 감사 결과, 균열이 간 3대 국새를 국가상징 관련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 납품한 바 있다.
KIST는 3대 국새 제작 실패로 당시 제작 기법이 부적합하다는 걸 알면서도 원천기술이 없어 그 기법을 그대로 적용해 5대 국새 제작을 강행했다.
26일 행안부 관계자와 주물업계에 따르면 KIST는 크기가 큰 동상이나 종, 공업용 기계 부품 등을 주조할 때 사용하는 ‘세라믹 셸몰드 주형법’으로 5대 국새를 만들었다.
그러나 금이 주재료인 국새나 귀금속처럼 주물 크기(5g~100㎏)가 작고 정교한 제품을 주조할 땐 석고를 내화재로 사용하는 ‘솔리드 몰드 주형법’이 적합하다. 제작 과정에서 금 손실률이 10% 이내로 낮고 주물이 정교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솔리드 몰드법으로 주조한 4대 국새는 제작 과정에서 투입한 순금 2.3㎏ 중 23g(1%)이 손실되는 데 그쳤다. 이에 당시 제작단장이 매입한 순금 3.3㎏으로 국새(18K·2.9㎏)를 만들고 남은 금 1.2㎏을 빼돌린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반면 KIST가 3대와 5대 국새를 주조할 때 사용한 세라믹 셸몰드법은 금 손실률이 25~30%에 달하는 데다 주물이 매끄럽고 정교하게 나오지 않는다.
실제 5대 국새는 4대의 3배가 넘는 순금 10여㎏ 투입됐으며, 당선작과 달리 표면이 거칠고 인뉴(印·손잡이)의 봉황 부리와 꼬리 부분 모양이 뭉뚝하게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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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국새 모형 인뉴 당선작(왼쪽)과 봉황 부리와 꼬리 부분 모양이 뭉뚝하게 변경돼 제작된 5대 국새. |
KIST는 지난해 10월 ‘국새 제작 완료’ 기자회견에서 “주물이 안 나오는 부분은 디자인을 변경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제작 당시 국새 규격(10.1㎝의 정방형) 역시 맞추지 못해 인면(印面·글자 새기는 부분) 가로·세로가 각각 10.4㎝로 커지기도 했다. 4대 국새 제작 땐 당시 규격 9.9㎝를 정확히 맞췄다.
이 같은 사태는 KIST가 금 합금에 대한 이해도 없이 부적합한 제작 기법으로 국새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18K 금은 산업 재료가 아니어서 물성이나 특성 등에 대한 연구 자료조차 없는 실정이다.
애초 KIST는 5대 국새 제작을 위해 금 합금·주조에 적합한 솔리드 몰드법을 사용하려고 했다. 이에 지난해 초 4대 국새 제작 과정을 조사한 뒤 당시 주조 장비를 만든 업자에게 같은 장비를 만들어 가기도 했다.
5대 국새 제작을 총괄한 도정만 KIST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2월 중앙일보 보도를 통해 “5대 국새는 석고를 쓰는 주조공법을 사용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3대와 5대 국새가 제작 기법뿐 아니라 제작 주체까지 같다는 점이다. 도 박사는 3대 국새 제작 당시 책임자인 고(故) 최주 박사의 조수였고, MK전자와 예술세계도 3대에 이어 5대 제작에 참여했다.
3대 국새는 제작 당시 균열이 가고 인면이 판판하지 않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감추기 위해 KIST가 국새 제작단원에 전통 도금업자를 참여시켜 균열 부분을 도금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도 박사와 KIST 측은 본지의 계속된 취재 요청에도 “응해야 할 의무가 없다. 의문이 있으면 그대로 (기사를) 쓰라”며 답변을 회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