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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2월 국새 모형을 공모하면서 인면(글자를 새기는 부분)의 넓이를 규정대로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새는 국사(國事)에 사용되는 관인으로 헌법개정 공포문 전문과 5급 이상 공무원 임명장, 훈·포장증, 중요 외교문서 등에 날인하는데 사용된다.
4일 행안부에 따르면 국새 규정(대통령령 제22508호)에는 ‘인면은 10.1cm의 정방형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제5대 국새 모형 공모안을 보면 ‘인면의 넓이를 9~11cm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권혁문 행안부 의정담당과장은 “국새의 경우 제작하고 나서 관련 규정을 개정한다”며 “주물 과정에서 0.1cm까지 정확히 나오지 않아 오차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국새규정은 제4대 국새가 가짜 논란으로 폐기되면서 3대 국새 개정안으로 복원된 것”이라며 “이는 새 국새를 제작하는 동안 폐기 전 국새를 다시 사용하려는 조치”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새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만큼 규정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철 목원대 역사학과 교수는 “태극기와 무궁화처럼 국새도 대한민국의 상징인데 규정대로 만들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정부가 4대 국새로 곤욕을 치렀으면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편의주의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면 넓이 0.1cm를 못 맞춘다는 행안부의 주장은 말도 안 된다”며 “조선 시대에도 방짜유기를 만들 때 구리와 주석의 비율을 78대 22로 정확히 지켰다”고 지적했다.
김영하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도 “국새의 상징성을 고려한다면 정통성뿐 아니라 합법성에 맞게 규정대로 제작해야만 의미가 부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