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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녹지축 무산 위기]② 문화재 심의도 모르고 강행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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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민 기자

승인 : 2011. 01. 21. 09:19

전문가들 "오세훈시장 법률전문가인데...재개발에서 문화재 검토는 상식"
종묘 정전 상월대에서 바라본 세운상가 방향. 문화재청은 상월대에서 바라봤을 때 하늘과의 경계를 이루는 나무를 기준으로 세운재정비구역 건물 높이를 75m로 제한하는 심의결정을 내렸다.
/사진=류정민 기자
[아시아투데이=류정민 기자] “종묘에 심어져 있는 나무들의 키가 지금보다 더 크지 못한 것이 문제냐, 아니면 건물 높이를 올려 인센티브를 보장하겠다고 호언장담한 오세훈이 문제냐.”

오세훈 서울시장의 선거공약사업인 세운초록띠공원조성사업(세운재정비촉진사업)의 1단계 사업 예정지인 세운4구역 주민들은 요즘 종묘 정전을 둘러싼 나무들에 관심이 많다.

문화재청이 세운재정비촉진사업을 위한 이행조건으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경관을 해치지 않는 기준을 ‘나무높이’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21일 서울시와 산하 SH공사,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서울시가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종묘 정전 상월대에서 바라봤을 때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도록 건물 높이를 75m로 제한해 달라’는 문화재청의 이행조건 요구를 우선 충족시켜야 한다. 

서울시는 재정비 촉진계획을 변경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시는 지난 2007년 오 시장이 주민들과 함께 도장찍은 ‘기반시설 설치비용 부담 관련 협약’의 내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협약 내용을 요약하자면 주민들에게 용적률을 높이는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기반시설인 초록띠 공원 비용을 부담케 한 것이다.

그러나 당초 건물높이를 122m로 계획해 보장하겠다던 인센티브가 '높이를 낮추라'는 문화재청의 이행조건에 의해 난관에 부딪혔다.

SH공사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에서도 용적률을 짜 맞추기 위해 계획 변경에 상당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도시재정비촉진법에 따라 보상받는 주민들에게 기반시설을 부담케 할 수 있음에도 또 다시 인센티브라는 것을 제시했다가 발목이 잡힌 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 사이의 줄다리기에 낭패를 보게 생긴 주민들은 양쪽 모두를 원망하는 눈치다.  

주민 배모씨는 "2008년 말 현대상가를 허문 것 말고는 아무것도 진행된 게 없지 않느냐"며 "문화재 고려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벌인 착공식은 선거를 앞두고 공약사업을 이행했다는 것을 선전하려는 하나의 정치쇼에 불과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김모씨는 "오 시장이 '시에서는 돈 한 푼 안들이고 사업을 할 수 있다'며 자랑했을 때 주민들의 기분은 어떠했겠느냐"며 "아직도 오시장 블로그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서울시는 예산을 하나도 안들이고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이 자랑처럼 올려져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오 시장이 작성한 '세운 녹지축, 첫 삽을 뜨다2'는 제목의 블로그 글을 보면 "상가철거에 드는 보상비용을 주변지역(1단계 사업의 경우 세운 4구역) 소유주들에게 부담시키고, 그 대신 그 지역의 용적률을 높여주고 공공용지 부담을 녹지축으로 대체시켜주도록 했던 것"이라며 "발상의 전환이 수조원의 보상비용을 해결했다"고 적고 있다.    

주민협의회 고문을 맡고 있다는 주모씨는 “주민들은 돈 한 푼 안들이고 사업하겠다는 서울시에 기대하느니 종묘에 있는 나무가 자라 길 비는 게 더 빠르겠다는 우스갯소리도 한다”며 “행정을 모르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나무 높이에 맞추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겠지만 시에서는 최소한 문화재는 고려하고 일을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러다 보니 주민들 사이에서는 종묘에 키 큰 나무를 심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한 문화재청의 답변은 간단하다. 종묘 밖의 개발을 위해 종묘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시야를 가리기 위한 키 큰 나무를 심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문화재청이 세운초록띠 사업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초록띠조성사업은 종묘와 그 앞 광장공원과 연계되어 종묘의 가치를 더욱 높여줄 수 있는 사업으로는 보고 있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사업이라면 주민에게만 비용부담을 전가시킬 것이 아니라 서울시가 부담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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