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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FA ‘황금 10년’…大중화경제통합에 설 자리 잃은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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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남 기자

승인 : 2010. 07. 06. 08:06

(5) 차이완 시대… 떠오르는 '메가 마켓’
추정남 기자] 중국과 대만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체결로 한국과 연합해 중국을 압박하려던 일본의 자유무역협정(FTA) 전략이 수포로 돌아갔다.

일본과 한국은 FTA체결의 관건인 농산물 시장 개방에서 의견을 같이 하고 있어 양국이 먼저 FTA를 체결하면 중국과의 농산물 협상때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이 모든 것이 다시 원점에 섰다.

일본은 이제 대(大)중화경제권의 형성으로 아시아라는 기러기 떼의 선두 자리를 중국에 내 줄 위기에 놓였다. 일본 내에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일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또 다시 ‘중국 위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화들짝 잠 깬 '한·중·일 FTA논의', 일본은 한국카드 버리고 대만에 러브콜?

지난 5월 말 제주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한·중·일 FTA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아무 진전 없이 끝났다.

한·중·일 3국이 FTA를 맺는데 발목을 잡아왔던 역사 문제와 영토 분쟁, 미국이라는 요소를 뛰어넘을 만한 동력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ECFA 체결 후 양상이 변하고 있다.

중국 화하시보(華夏時報)의 평론가 쉬리판(徐立凡)은 지난 2일자 사설을 통해 “ECFA체결이 지지부진하던 3국의 FTA논의를 가속화 시키는 외부 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일본의 경우 FTA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철저한 분석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ECFA체결 전부터 나오고 있었다. ECFA 체결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닛케이 신문은 지난해 12월말 사설에서 “일본은 중국과 대만을 포함시킨 FTA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필리핀이 이미 대만과 중국의 ECFA협상 이후 중화경제권에 참여할 의욕을 보이고 있으며 FTA전략에서 뒤처진 일본은 중국과 대만을 포함한 경제권 형성을 통해 동아시아 경제시장에서 일본의 자리를 되찾아 그간의 부진을 만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동시에 “일본에 호의적인 대만의 인재를 활용해 중국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미즈호 연구소에서도 “일본에 호의적인 대만 기업과 합작해 중국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사실 일본은 대만의 두 번째 무역 파트너이고 대만은 일본의 네 번째 무역 상대국이다.
일본이 대만을 100여년간 식민통치 했음에도 대만 젊은이들의 일본에 대한 이미지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최근 대만 주재 일본 대사관격인 일본교류협회 타이페이 사무소가 실시한 여론 조사를 보면
대만과 일본간에는 어업문제 등 여러 분쟁이 있음에도 무려 52%의 대만 젊은이들이 세계 모든 국가 중 일본을 가장 좋아한다고 답했다.

일본에 대한 친근도를 묻는 질문에서도 ‘아주 친근하다’가 13%, ‘친근하다’가 49%를 차지했으며 ‘친근하지 않다’는 10%에 불과했다.

이제 일본은 FTA에서 ‘한국 카드’를 버리고 일본에 호의적인 대만 젊은이들을 앞세워 중국시장으로 진출하는 방향으로 FTA전략을 선회하는 분위기다.

"미·일 동맹 강화 발 등의 불" 일본내 목소리 높아져

ECFA로 일본은 경제적 위협 뿐 아니라 안보 위협까지 받고 있다.

산케이 신문은 ECFA체결 후 “중국은 이번 협정에 정치적 성격을 지닌 양보를 했으며 한 중국인 기자는 이번 협정을 ‘아편전쟁 중 중국이 맺은 불평등 조약 같다’는 말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러한 양보는 당연히 중국이 대만과의 통일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내년 10월 신해혁명(辛亥革命) 100주년 때 중국은 성대한 기념행사와 함께 대만 마잉주(馬英九) 총통을 초청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회담을 거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평론가 쉬리판(徐立凡)이 지적한 바에 따르면, 지난 60년대 이래 동아시아 경제는 일본이 줄곧 선두를 지켜왔으며 그 뒤를 ‘아시아의 4마리 용’이 또 그 뒤를 아세안 국가들이 따르는 형태를 취했지만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이러한 ‘일본 경제권’은 동력을 잃어갔다.

동시에 2001년 중국의 WTO가입으로 중국이 일본의 역할을 대신 할 것이라는 의견들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으며 최근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중국은 확실히 동아시아의 선두자리를 향해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ECFA 체결로 ‘정치적 안정’이라는 선물을 얻으면서 중국이 아시아를 이끌 시간이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고 쉬리판은 지적했다.

반대로 일본 내에서는 “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며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말에 있은 미·일 안보조약 50주년 기념식때 패트릭 크로닌 미국 신안보센터(CNAS) 아태안보프로그램 담당 선임 국장은 “오바마 정권은 중국에 대한 대처나 한반도 유사시 일본에 대해 협조를 요청할 부분이 많다”고 언급해 동아시아 맹주 자리를 중국에 내주지 않을 것이며 일본을 이용해 이를 저지할 속내를 내비쳤다.

ECFA체결로 완전한 모습을 띠게 된 ‘대중화경제권’. 그 안에서 일본은 미국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며 자신의 새로운 설 자리를 찾아 분주하게 뛸 수 밖에 없다.
추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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