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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FA ‘황금 10년’… 과연 대만은 ‘갑’인가 ‘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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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남 기자

승인 : 2010. 07. 02. 08:54

(2)차이완 시대… 떠오르는 '메가마켓’
추정남 기자] 중국과의 경제협력기본협정(이하 ECFA)이 대만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카드임에도 대만 일부에선 이 협정 체결에 강력 반발해 왔다.

ECFA가 체결되기 3일 전인 지난달 26일 타이베이 시에서는 10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ECFA 반대시위가 열렸다. 대만 정부가 ECFA협상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시위인데다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 총통,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주석 등 거물급 정치인들도 대거 참여해 이 협정에 대한 반발기류 또한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

이들이 ECFA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젠가는 뒤통수 맞는다”… 대만인들 불신 팽배

이번 협정은 중국이 대만에 적극적으로 양보하면서 체결됐다.
이 때문에 대만의 이익에 편중된 협정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ECFA 체결 문서 항목 중 조기수확리스트만 보더라도 대만이 539개로 중국의 269개보다 훨씬 많다. 뿐만아니라 중국은 대만의 농산물을 수입키로 한 반면 대만은 중국산 농산물 수입을 불허했다. 또 실업률을 고려해 대만은 중국인을 상대로한 인력 시장개방도 하지 않았다. 어느모로 보나 대만에게 유리한 협정이다.

이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지난 3월 양회(兩會) 기간 중 “대만이 피를 나눈 형제국인 만큼 경제 규모 차이를 고려해서 대만에 이익을 양보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대만 내에선 이런 중국의 호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가 최근 "대만 정부가 이번 협정 체결 과정에서 '대만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할 것' '평등한 위치에서 협상해 나갈 것' 이라고 강조했지만  정작 대만 국민들은 바로 이 '평등'이라는 단어에 함정이 있을 것이라며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ECFA에 반대해 온 대만의 한 경제전문가는 “중국이 초기에는 양보할지 몰라도 경제통합에 이은 정치 통합이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까지 진척되지 않을 경우 곧바로 ‘평등한 추가 협상’을 요구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등한 수준의 개방이 이루어진다면 거대 경제규모를 지닌 중국이 대만경제를 삼켜버리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덧붙였다.

모든 열쇠를 쥔 중국,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인가?’

또 하나 대만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대만이 국제사회로 뻗어나갈 수 있는 열쇠를 중국이 쥐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은 ECFA를 시작으로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과 FTA를 체결해 주변국이라는 설움에서 벗어나고 국제기구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아시아 4마리 용’이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

지난해 5월 대만은 세계보건총회(WHA)에 옵서버로 참여하면서 38년 만에 처음으로 UN관련 활동에 참가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의 허락 하에 이뤄진 것으로 이후에도 대만은 계속해서 국제민간항공조직(ICAO)과 세계기후변화협약 가입을 통해 국제사회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이에 대만 야당인 민진당 지지자들은 “대만과 중국과의 관계는 마치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제자리로 오는 회전목마 같다”며 “이번에 국제활동을 허가 받는다 해도 다음 번엔 또 다시 제자리에서 협상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불안감을 표출했다.

이들은 또 “ECFA 체결후 다른 나라와의 경제 협력에 있어서도 중국의 눈치를 살펴야 하며 부득이 이를 위해 중국에 정치적 양보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대만인들의 중국인에 대한 원초적인 불신도 ECFA협정을 꺼리는 이유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대만과 중국의 유명 시사잡지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중국인들의 대만인들에 대한 인상은 ‘진보’ ‘창의’ ‘현대’등 긍정적인데 반해 대만인들의 중국인들에 대한 인상은 ‘전통’ ‘보수’ 무질서’ ‘불안’등 온통 부정적인 이미지로 가득차 있어 대조를 보였다.

과연 ECFA를 통해 대만을 한 손에 쥐게 될 중국이 믿을 만한지 고려해봐야 한다는 것이 ECFA 반대론자들의 생각이다.

막무가내 중국, ‘경제 종속국’ 대만 10년 후의 고민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중국의 갑작스런 정책 변화에 항상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종종 무역이나 노동조건, 환경정책 등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고는 협상의 여지 없이 곧바로 시행한다. 사람들은 이를 ‘가진 자의 횡포’라고 말한다.

몇 해 전 중국의 ‘신 노동법’ 발효는 중국 내 외국기업에 큰 악재로 작용했으며 대만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대만 기업은 신 노동법에 의해 노동자에게 보험을 들어주고 휴직기간을 명시했으며 임금을 높여줘야 하는 바람에 원가상승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의 쓴맛을 봐야 했다. 심한 경우 철수하는 기업도 속출했다.

정부가 한다면 하는 나라, 협상의 여지가 없는 막무가내 국가로 일컬어지는 중국에 가장 높은 경제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나라가 바로 대만이다.

대만의 대중 수출량은 한국의 2배 정도인데 여기에다 ECFA체결로 의존도가 가속화 할 경우 중국에 경제 주권을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대만 경제학자들은 “ECFA로 경제적 이익을 누릴 수 있는 ‘황금 10년’이 지나고 나면 어떤 대가를 치를지 미리 생각해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추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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