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김OO씨는 지난 30일 밤 다음 아고라에 '나영이를 보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성폭행당한 지적 장애 모녀를 돕다 지쳤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김씨는 지난해 1월 지적장애인인 제자 은지(가명·당시 11살)양 모녀가 마을 남성들에게서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해온 것을 알게 돼 여성회, 아동보호센터, 경찰서, 성상담소, 전교조에, 심지어 창원에서 열린 세계인권대회에도 가고 청와대에 민원도 올리고, 방송에까지 나왔지만 해결이 안 됐다고 말했다.
이후 김씨에게 돌아온 것은 '문제교사'라는 낙인뿐이었고, 학교와 경찰은 사건이 알려진 뒤에서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김씨는 허술한 사회안전망과 사회의 무관심에 좌절감만 느껴야 했다고.
김씨는 "나영이 사건은 불행 중 다행으로 증거가 남아 있어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기에 12년 형이라도 받은 것"이라며 "범인을 잡는 경우는 빙산의 일각이고 바다 속에 잠긴 거대한 빙산처럼 많은 성범죄 사건이 피해자만 울리고 없던 일로 사라지는 여러 사례들을 보아왔다"고 썼다.
김 교사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성범죄 대상이 되는 아이들이 많지만 현 시스템으로는 그들을 도울 방법이 전무하다"며 "법 개정으로 형량만 높이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가 마음 놓고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수사구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