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으로서는 ‘여기자 억류 141일’ 만에 이뤄낸 외교적 성과다. 북한은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을 비롯한 일련의 도발을 일으킨 원인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적대시정책’에 있다며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전환을 강조해 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표면상으로는 여기자 석방을 위한 것이지만 그가 1994년 제네바 합의 및 2000년 ‘북미공동코뮈니케(성명)’를 이끌어낸 전직 대통령이자 현 국무장관의 남편이라는 ‘정치적 무게’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결국 북한이 ‘여기자 억류’를 계제(階梯)로 현 상황에서 가능한 ‘미국 최고위급 인사’의 방북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양자대화의 물꼬를 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방북이 자칫 북한의 전통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에 휘말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994년 제네바 북미회담에서 이미 ‘소외된 경험’을 안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가져올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도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놓고 엇갈리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에번스 리비어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최근 고조된 북미 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북미 간의 대화는 물론 다른 나라와 북한과의 대화 재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반면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4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 미국이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보상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대북 강경파인 볼턴 전 대사는 “테러리스트와 협상하는 것과 같은 일”이라며 “(북한의) 나쁜 행동을 격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여기자 석방 문제에만 주력한다고 해도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방북을 북미 간의 외교적인 돌파구로 인식해 북한의 거듭된 유엔 결의 위반에 대한 제재를 철회하는 구실로 삼으려고 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노력이 약화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