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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87년 헌법 체제에서 임기를 채우지 못한 대통령이 2명이나 나왔다. 우리나라는 현행 대통령제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현행 헌법에서 대통령은 국가원수라는 헌법상 지위를 갖고 있지만, 소속 정당이 국회의 다수당이 되지 못하면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가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국회의 다수당 당적을 가지고 있으면 국정을 독선적으로 이끌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헌법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고 선언함으로써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에 입각한 국가의 정체성을 명시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을 기본 이념으로 하는 국민의 자기지배의 정치원리이다.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민주적 기본질서 또는 경제의 민주화 등으로 민주주의가 법치주의를 통하여 실현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질서가 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표현하는 것은 사회주의도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동독은 독일민주공화국이란 명칭을 사용하였고, 북한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어서 민주주의라는 용어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렵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는 사회주의의 인민민주주의와 구분하기 위하여 나온 용어이다.
대한민국의 또 다른 국가정체성은 공화주의이다. 공화주의란 국가공동체에서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국익 또는 공익 아니면 공공복리라는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지향한다. 이렇게 헌법은 국가의 정체성을 명시함으로써, 대한민국은 통제를 수단으로 하는 전제국가를 부정하면서 획일적 평등만 형식적으로 추구하는 사회주의를 배격한다. 그리고 헌법은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하면서 경제의 민주화에 기초한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헌법은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이 주권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국가권력을 창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은 선거를 통하여 국민을 대표하는 국가권력을 선출한다. 이번 대선도 국민이 직접 선거를 통하여 국가를 대표하면서 행정부를 이끌어 가는 대표를 선출하여 국정을 위임하는 일종의 대리인 선발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선거제도는 대의제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제도이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국가의 존립과 헌법수호의 책무를 부여함으로써, 대통령은 국가의 정체성인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수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진다. 이뿐만 아니라 대통령은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해야 할 의무도 있다.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을 기본 이념으로 하고 있지만, 평등은 자유를 구체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자유가 없는 민주주의는 존재할 수 없고, 민주주의는 자유의 보장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실현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공화국이다. 그래서 국가와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국가와 국민,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등을 수호해야 할 막중한 책무를 가지고 있다.
대의제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선거제도는 자유선거를 기본원칙으로 한다. 헌법은 자유선거를 전제로 하여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를 명시하고 있다. 헌법은 선거원칙들을 명문으로 규정하여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가 되도록 요구하고 있다. 헌법은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하여 선거관리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 특히 헌법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입법·행정·사법에 의하여 공평하게 구성되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이 직접 국정운영을 하지 않고 대표를 선출하여 국정을 위임하여 운영하는 대의제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대선은 국민을 대신하여 국정을 책임질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이다. 국민은 국가의 존립과 자유민주주의 수호의 책무를 가장 잘 수행할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국민은 대통령을 선출함으로써 그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국민은 국가권력을 감시하고 통제해야 할 책무가 있다.
이번 대선은 대내외적인 혼란 속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데 책무를 다해야 하는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지금 국민에게는 헌법이 요구하는 책무를 수행할 대통령을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를 통하여 선출해야 할 책임과 과제가 있다. 국민은 국가의 미래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헌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