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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사무직 10명 중 9명 ‘근골격계 질환’…“원인은 사무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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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아 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승인 : 2025. 04. 22. 18:57

"고정된 모니터 및 의자, 문제 유발"
말레이 정부, 환경 개선 지침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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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사무직 근로자 10명 중 9명꼴로 근골격계질환을 앓는 것으로 집계됐다./연합
아시아투데이 홍성아 쿠알라룸푸르 통신원 = 말레이시아 사무직 근로자 10명 중 9명꼴로 근골격계 질환(MSDs)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그 주요 원인으로 인체공학적이지 않은 사무환경을 지목하며 정부 차원의 대응과 제도 강화를 촉구했다.

지난해 사이버자야 대학교에서 1년 이상 근무한 21~70세 사무직 근로자 1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88.9%가 근골격계 질환(MSDs)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가장 흔한 증상은 목 통증으로 유병률은 56.35%에 달했다.

이와 유사한 결과는 공공 부문에서도 확인됐다. 말레이시아 푸트라 대학교의 2020년 연구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행정도시인 푸트라자야의 공공기관 사무직 근로자 398명 중 약 83.7%가 근골격계 질환을 겪은 것으로 보고됐다.

말레이시아 산업안전보건협회(MSOSH)의 이스마일 회장은 "고정된 모니터, 높낮이 조절이 불가능한 의자 등 비인체공학적 사무환경이 근골격계 질환과 업무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말레이시아 통계청(DOSM)이 발표한 '직업병 및 직업관련성질환 2023'에 따르면 2023년 말레이시아 산업안전보건부와 사회보장기구 등 보고된 직업 관련성 질환은 총 8155건이다. 이 중 근골격계 질환은 696건으로 전체에서 두 번째로 많다.

근골격계 질환은 단순한 신체 통증을 넘어 의료비 상승, 생산성 저하 등 기업과 국가에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말레이시아 공공보건의학전문의협회(AMPHM)의 자이날 아리핀 오마르 회장은 "이런 질환은 근로자의 심리적 건강과 업무 효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에 나섰다. 현지 산업안전보건부는 2017년 사무직 환경 개선을 위한 '인체공학적 위험 평가 지침'을 도입해 근로자의 근골격계 질환 위험을 사전 진단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새로운 지침도 추가됐다. '사무공간 내 의자 사용 지침 2024'에서는 높이 조절이 가능하고 다양한 자세로 앉을 수 있는 의자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으며, '디스플레이 사용 지침 2024'에서는 컴퓨터 모니터를 사용자 눈높이에 맞춰 설치하도록 권고한다.

하지만 이 지침들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산업안전보건부는 일부 지침을 '실무 규범(Codes of Practice)'으로 격상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실무 규범으로 격상될 경우, 이를 준수하지 않는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근로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직의 생산성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스마일 회장은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높이 조절 가능한 의자를 사용하고 모니터를 올바른 위치에 놓는 것이 핵심"이라며 "기업은 정부 지침에 따라 사무용 가구를 정비하고 직원에 대한 올바른 자세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아 쿠알라룸푸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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